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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식물상점, 강은영

 

나이스숍의 시작을 함께 한 식물상점의 강은영 작가를 이제 문을 연 지 세 달이 된, 망원동의 ‘식물상점’에서 만났다. 판화를 전공한 강은영 작가는 현재 ‘식물상점’이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상점을 운영하며, 동명으로 식물을 활용한 여러 작업 활동도 하고 있다. 강은영 작가는 판화 작업과 식물을 다루는 작업이 비슷하다고 한다. 마침 운영하는 날에다 인터뷰 촬영에 잘 나오고 싶었다며 아침 일찍 꽃 시장에 다녀왔다는 그는, 부산하게 식물 사이를 오가며 식물과 공간을 매만졌다. 우연한 기회에 씨앗을 심으며 식물을 가까이 두기 시작했다는 강은영 작가의 작업 이야기와 식물 이야기를 들어보자.

 

 

판화 작업을 하던 작업실에서 식물을 키우게 되면서 식물 작업을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네. 계획하고 있던 작업에 쓸 흙을 구입하려는데, 흙을 파는 곳이어서인지 씨앗도 함께 팔더라고요. 허브 씨앗을 함께 구입해봤어요. 그때가 겨울이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종이상자, 양은냄비 같은 데에다 구멍을 뚫어서 파종을 했었어요. 매일매일 들여다봐도 싹이 트질 않는거예요. 겨울이라 온도가 맞지 않으니 당연한 일었죠. 그러다 한 달 만엔가… 드디어 싹이 트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씨앗을 사고, 어렵게 구해보고 여기저기서 공부도 해가면서 계속 식물을 키웠어요. 마침 그때 쓰던 작업실이 지대가 높고, 앞에 건물도 없어서 햇빛이 잘 드는 그런 곳이었거든요. 따로 쓸 수 있는 앞 공간도 딸려있었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식물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식물로 뭔가를 해야지, 돈을 벌어야지 이런 생각보다는 그냥 식물을 키우는 게 재밌고, 좋았어요. 그러다가 ‘이게 왜 좋을까’를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식물을 키우는 것이 판화를 작업하는 것과 유사한 점이 많아서 재미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판화 작업과 식물을 키우는 일의 어떤 점이 유사하게 느껴지셨어요?

판화 작업은 제가 느끼기에 사람 손의 개입이 되게 중요해요. 작업하는 사람의 직관도 중요하고요. 사실 이런 얘기를 하면 “모든 것들이 다 그런 것 아냐?”라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이제 그런 말들은 흘려듣기로 했고…(웃음) 아무튼 제가 생각하기에 판화 작업이라는 것은, 변수가 굉장히 중요해요. 뭐 그날의 날씨, 습도, 온도…

판화도요?

네. 습도가 높거나 날씨가 덥거나 추우면, 예를 들어서 실크스크린을 할 때 감광 시간이 달라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판화를 진행하다보면 계속해서 어떤 상황들과 변수가 나타나거든요. 그때 그 상황, 상황마다 반응을 해줘야 돼요. 그것을 어떤 식으로 판단을 해서 진행을 하느냐, 중지하느냐, 보완을 해나가느냐에 따라서 결과물이 많이 달라져요. 제가 판화에서 이 지점을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요.

굉장히 선택할 지점이 많은 작업이네요.

네. 식물을 키울 때도 그런 요소들이 많더라고요. 그러니까 날씨, 습도, 공기에 따라, 실내이냐 실외에 있느냐 이런 것들에 따라서 식물에게 물을 주거나, 위치를 바꿔 주거나, 흙의 양을 조절하거나, 그걸 고려해서 아예 분갈이를 한다거나. 그런 것들이 매번 달라지더라고요. 그렇게 반응을 해주는 게 굉장히 재미있어요.

재미를 느낀 것이 식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을까요?

확실히 재미를 느끼고, 판화와의 유사성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한 지점도 중요하긴 했지만, 정말 직접적인 계기는 친구가 결혼하면서 부케를 만들어 달라고 한 일이었어요. 이왕 쓸 돈이라면 웨딩 업체보다는 주변 친구들에게 부탁을 해볼까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손재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플라워 클래스 3회 수업을 끊어주면서 배워다가 만들어달라고 했었어요.

재밌어요. 친구분이 은영 씨가 식물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어요?

네, 제 작업실에도 많이 놀러 왔었으니까 알고 있었죠. 그렇게 처음 플라워 클래스를 들어봤어요. 해봤는데, 정말 재밌는 거예요. 더 배우고 싶다고 처음 생각도 해본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배우려고 보니 수업료가 너무 비싸서 당장에 계속할지도 모를 일에 큰돈을 쓰는 게 불안하던 차에, 친구가 양재 화훼 공판장에 자주 가는 꽃집에 저를 소개해줬어요. 부케 만들었던 클래스에서 만든 꽃들과 제가 집에서 혼자 만들어 본 꽃으로 나름대로 포트폴리오를 꾸려서 가지고 갔어요. 그곳 사장님도 처음에는 배워보지도 않았다고 하니 조금 우습게 보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포트폴리오를 보시곤 조금 가르치면 금방 할 수 있겠다 싶으셨대요. 그렇게 일을 하게 되는 바람에 정말 많이 배웠어요.

양재 꽃 시장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 식물상점을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일을 하게 된 그 자체보다 일하던 중에 제가 그 가게를 이어 받아 운영을 해볼까 하고 얘기가 됐던 때가 있었는데요. 물론 결국 일이 더 진행되진 않았지만, 그때 혼자 가게를 운영해볼 생각에 꿈에 부풀었었어요. 꽃과 식물에 관해 가르치는 학원이나 학교를 찾아가서 수업을 듣기도 하고, 어떻게 운영해나갈지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도 많이 하고… 운영해봐야겠다고 한 번 마음먹고 나니까 그냥 제 것을 만들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어요. 그 넓은 판화 작업실의 테이블에서 판화를 펼쳐놓거나 꽃을 펼쳐놓거나 이렇게 둘 중 하나를 왔다갔다 하면서 꽃 주문도 받고, 그렇게 운영을 해봤죠.

주문은 어떤 식으로 받으셨어요?

메일, DM 등으로 받았어요. SNS로 계속 홍보하고 사진 올리고. 그 작업실로 사업자도 내고 운영을 계속 해나갔어요. 그것이 큰 계기였던 것 같아요. 운영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그때.

 

식물로 작업을 했던 첫 전시는 어떤 것이었나요?

식물 관련한 첫 전시는 상봉동에 있는 ‘반지하’에서 했던 전시였어요. 저의 첫 번째 개인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제가 느꼈던 식물과 판화 작업의 유사성으로 제 나름의 실험을 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를 했었는데요. 판화작업과 식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제가 상황에 반응을 해줄 수 있는 부분들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었어요.

그 전시는 판화와 식물을 결합했다고 할 수 있는 전시인데, 그럼 식물로만 작업했던 전시는 어떤 것이었나요?

가장 최근에 했던 전시는 ‘엘리펀트 스페이스’에서 진행한 ‘죄의 정원’이라는 전시였는데요.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쾌락의 정원’이라는 그림에서 모티브를 가지고 와서 영상, 인터렉티브, 설치 작업등을 한 전시였는데, 거기서 저는 공간을 식물로 채우는 작업을 했어요. 작년에는 ‘글로리홀’과 함께 한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서의 전시가 있었네요.

그 전시는 어떻게 함께 하게 되셨어요?

전부터 제가 식물 생장등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까 말씀드린 ‘반지하’에서의 전시도 식물 생장등을 이용해 실내 공간에서 통제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만들어서, 바깥에서만 키울 수 있는 식물들을 안에 들여와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었거든요. 그때도 식물 생장등을 가지고 만들어낸 공간이라던지, 그래서 그 식물이 처하게 되는 상황에 대한 관심이 많았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조명으로 작업을 하는 글로리홀과 이런 상황에 대한 작업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 글로리홀 님이 먼저 저에게 조언을 구한다며 연락을 주셨던 적이 있거든요. 삼각 플라스크에 조명을 넣어서 그 안에서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일종의 테라리움을 만드는 작업을 하려는데 어떤 식물이 적합할지, 이끼류 같은 것이 괜찮을지 여쭤보셨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어떤 마켓 행사에 섭외가 되어서 갔다가 글로리홀 님을 만나서 아예 식물 생장등으로 뭔가를 함께 해보기로 얘기가 되었어요. 그렇게 한 번씩 드물게 만나 회의 같은 걸 하던 와중에 글로리홀이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의 십년후연구소 송성희 큐레이터님께 초대를 받았어요. 그렇게 전시를 준비하던 중에 주제가 맞아 저도 중간에 참여하게 된 거죠. 비엔날레에 참여하기 전엔 예산도 없이 그저 둘이서 해보자 했던 것이 예산을 받아서 둘이 생각하던 걸 좀 크게 만들 수 있게 되었죠. 중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도 굉장히 환영받으면서 재밌는 걸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협업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네. 협업들 모두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혼자서였다면 절대 나오지 않았을 이미지가 함께 했을 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재미있고 멋있는 지점 같아요. 그게 재미있어서 계속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하고 싶은 협업이 있다면요?

예전에 무대 위를 식물로 채우는 작업을 했었는데요, 음악에서 느껴지는 무드를 식물로 풀어내는 작업이었는데 무척 재밌었어요. 이런 비슷한 작업으로 뮤직비디오에 식물 연출로 참여를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살아있는 식물을 다룬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요?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랄까 그런 것이 있을까요?

꾸준해야 하는 일인 것 같아요. 변수가 많고 그에 대한 반응이 중요한 일이니까요. 매일 들여다보고, 살펴보고 그에 대한 반응을 해주어야 식물이 잘 자랄 수 있어요. 그래서 꾸준한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네요.

현재 진행 중인 나이스숍의 기획전에 침엽수를 소개하시기로 한 이유가 있을까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식물을 굳이 가져다 놓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실내에서도 키우기에 무리 없고 강하고, 여름에 어울리는 기분 좋은 초록색을 많이 가진 침엽수로 결정했어요. 사실 농원을 다니다보면 침엽수는 잘 관리되지도 않은 채로 구석에 놓여져 있거나, 조경에 보통 쓰이는 둥글거나 뾰족한 형태로 다듬어 놓는 경우가 많거든요. 산에서 말고 보통 흔하게 접하는 침엽수들을 떠올려보면 학교나 관공서, 큰 빌딩 정원에 동그랗게 깎여있는 침엽수가 먼저 떠오르실 거예요. 전혀 흥미롭지 않죠. 하지만 자연스럽게 그대로 자라게 두면 이렇게 제멋대로 자유롭고 멋지게 자라거든요. 그 모습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좋아해주셔서 기분이 좋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식물이 있다면요?

사실 매번 변해요. 초반에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을 때는 허브를 좋아했어요. 그러다 난을 아주 좋아하던 때도 있었어요. 난도 침엽수와 비슷하게 자연스럽게 두면 정말 많은 모습을 볼 수 있는 식물이에요. 착생식물이라 뿌리 부분에 이끼나 바크가 조금만 있으면 되는데, 보통 길고 큰 화분에다 스티로폼을 깔고 그 위에 흙을 넣어서 포트 째로 난을 심어요. 그리고나면 보낸 사람의 문구가 중요해지는 그런 상품이 되죠. 저도 양재 화훼 공판장에서 일을 할 때 그런 주문을 많이 받았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많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작년에 원룸에서 그 식물이 어떤 생김새에 어떻게 크는지, 이런 것들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난 전시를 하기도 했었어요. 요즘에는 고사리가 좋습니다. 양치식물.

 

식물상점 운영 외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일이 있으세요? 해보고 싶다 같은.

장기적으로는 언젠가 식물 판화 상점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식물 관련된 판화 작업도 하고, 판화에 관련된 물건이라든지, 재료라든지 이런 것들도 함께 팔고요. 식물 이미지를 판화를 만들었을 때 굉장히 잘 맞는 매체거든요. 옛날 식물 세밀화 같은 것들도 다 판화로 제작을 했다고 하고요. 관련해서 이것저것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우선은 장기적인 것이고요. 지금 당장은 역시 식물상점을 더 탄탄하게 만들고 잘 운영해내가고 싶어요.

나이를 많이 먹고서도 식물상점을 운영하고 있을까요?

하고 있지 않을까요? 급하게 욕심내지 않고 조금씩 하면, 되지 않을까 해요.

 

나이스숍의 첫번째 기획전 나이스 캐치 01. 식물상점 <한여름의 침엽수>는 을지로 나이스숍에서 2018년 8월 11일까지 진행됩니다.

 

기획 – 나이스숍
진행⋅정리 – 윤장미
사진 – 김소마

 

식물상점 • 마포구 망원동 338-67 / Twitter⋅Instagram @singmulstore / singmulsto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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