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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쉘위댄스, 이경규 홍재진

 

쉘위댄스는 아름다움이 쓸모 그 자체라는 주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깊이 이해하고 그들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스튜디오이다. 계속 각박해지기만 하는 세상에서 모두가 미니멀리즘이 미덕이라 외칠 때에도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일과 물건을 가까이에 두는 걸 게을리하지 않아야 나와 세상을 더 나은 뱡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진흙탕 속에서 연꽃이라도 피워내려는’ 노력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지만, 그들의 작업은 그런 상황과는 관계없다는 듯 언제나 아름답기만 하다. 오픈 초기부터 나이스숍의 든든한 친구이자 그 이름처럼 조화로운 춤을 추듯 늘 멋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2인조 스튜디오 쉘위댄스의 이경규(이하 이)와 홍재진(이하 홍)을 만났다.

 

 

미리 드렸던 질문에 답을 좀 써보셨다고요.

홍: 아무래도 두 사람이다 보니 미리 좀 맞춰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일부러 같이 쓰진 않고 각자 써서 바꿔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의외로 비슷한 대답이 많이 나왔어요. 서로 표현 방식은 엄청 다르지만, 내용은 비슷한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첫 질문은 사전에 드렸었던 것처럼 듀오 쉘위댄스의 두 분과 작업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이: 저희는 2014년 ‘가정용 장식품’을 시작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2인조 스튜디오 쉘위댄스 입니다.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접점,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정취를 재료의 물성을 가지고 분재화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분재화라는 게 외부에 있는 것을 안으로 끌어와서 작게 가꾸는 것이잖아요. 거창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공간에 어떤 세계를 만드는 것인데요, 저희 작업이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여 그런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듀오로 활동하고 실제 부부 사이이기도 하시잖아요. 인터뷰 전 답을 각자 한 뒤 맞바꿔 보신 것처럼, 스튜디오 활동도 가사도 팀워크가 중요한 일일 텐데요. 그럴 때 부부로서 듀오로서 함께 일을 하는 방식이 궁금하네요. 각자의 역할이 작업할 때와 같이 이어지거나 별개로 작동하는지, 전체적으로 어떻게 밸런스를 맞추고 계신지요.

홍: 미리 각자 답을 쓰고 바꿔본 것처럼 작업할 때도 비슷해요. 가사를 할 때도 그렇고요. 우선 작업은 같이 의논하여 목표를 멀리 잡아놓고, 방향성도 좀 넓게 잡는 편이에요. 어느 정도의 방향과 다음 스텝의 범위만 잡아 놓은 뒤에 각자 고민하고 각자 진행해요. 경규 씨는 작업을 되게 추진력 있게 하는 스타일이고 저는 디테일을 많이 따지는 편으로 성격이 완전 다르기 때문에, 초반부터 한 스텝씩 맞춰가면 일이 진행이 잘 안 되더라고요. 서로의 생각이 다를 때도 많지만, 초반에 같이 정해놓은 목표와 방향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우선 각자 생각한 방향으로 계속 진행해요. 그러다 보면 중간에 각자의 작업이 만나는 지점이 생기는데, 그 지점을 지나고 나면 저희 각자의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분리가 되면서 해야 하는 일도 분담이 되더라고요.
가사에 있어선 저희 둘 다 청결이나 정리정돈에 대한 포용력이 넓기 때문에 서로 크게 간섭하지 않아요.

이: 현 집안 상태의 원형 그대로를 유지를 하려고 해요. (웃음)

보통 그런 부분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예민한 한쪽이 집안일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집안일은 계속 하는 사람만 하게 되잖아요.

홍: 저희 둘 다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둘이 거의 비슷한 루틴으로 하루를 보내거든요. 평일엔 저희 둘 다 오전 9시부터 저녁까지 각자 일을 하고 그 외 나머지 시간은 작업을 하든 가사를 하든 함께 보내고 있으니까 크게 갈등은 없는 것 같아요. 

이: 어떻게 보면 팀 이름처럼 움직이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춤출 때처럼요. 강약도 있고 엑셀, 브레이크도 있고… 반대의 요소들이 조합되어 하나의 동작을 만들어 내듯이, 저희의 정반대 성격도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상충의 미라고 해야 하나요… (웃음) 아무튼 그렇습니다.

서로가 나름대로 그것을 잘 받아들이니까 조화로운 것 같아요. 그럼 둘이서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는 어땠나요?

이: 함께하게 된 아주 결정적인 계기는 역시 서로 첫눈에 반한 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은데. (웃음)

연애를 시작한 계기가 자연스럽게 함께 작업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 걸까요?

홍: 당시 경규 씨는 페이스북으로 ‘가정용 장식품’을 컨셉으로 한 작은 작업들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었고, 저는 대학원생이었어요. 미술을 오래 해와서 졸업과 졸업 후에 작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많던 시기였어요. 그 시기에 경규 씨를 만나 연애를 시작하면서, 그런 고민이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된 것 같아요.


두 분에게 어떤 맞는 부분이 있으니 함께 작업을 시작하셨겠지만, 그래도 재진 씨 같은 경우는 오래 공부하고 미술에 대한 고민도 많으셨다고 하니 오히려 작업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었을 것도 같아요. 함께하는 것에 그런 어려운 점을 상쇄할 만한 계기도 분명 있었을 것 같은데요.

홍: 처음에는 진지하게 어떤 결과물을 내놓아야겠다는 생각보다 취미처럼 가볍게 시작한 거예요. 학교에서 배우고 진행하는 작업과는 조금 거리를 둔 상태로, 그냥 만들고 그리는 것 자체가 좋은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렇게 재미있게 하다 보니 작업이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해요.

이: 쉘위댄스의 정말 시작은, 세상 쓸모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저희 둘도 미술을 전공하고 어떻게 작업으로 삶을 이어가며 살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 ‘쓸모없는 것’이 저희의 큰 특징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맞는 생각이었네요.

이: 주변을 돌아보니 아주 쓸모없는 걸 만들어 파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는 걸 만들죠.

작품이라 하면 심오한 무언가를 담았거나, 많은 애를 들여서 완성된 것이라거나.

이: 그것도 어떻게 보면 미적 쓸모잖아요. (웃음) 아무튼 정말 쓸모없는 걸 하고 싶었어요.

홍: 미적 쓸모. (일동 웃음)

대화하다 보니 문득 여태 보여주신 작업에서 자주 사용한 들풀이 갖는 의미가 있을까 궁금해지네요. 이 쓸모없는 것에 대한 상징인 건지.

이: 연장선에 있긴 해요.

홍: 이 작업을 가볍게 판매해 보고 싶어서 약간의 쓸모를 만든 게 ‘꽂이’였거든요. 그런데 또 꽃을 꽂기 위해서 꽃을 사는 건 싫었어요. 꽃은 교체해주거나 해야 하는데, 들풀은 꽂아두면 신경 쓰지 않아도 거의 그 모습 그대로 마른 채 유지되고요. 그래서 계속 들꽃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꼭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기 보다는요. 

이 풀과 꽃들의 이름도 거의 모르는 것들이죠?

이, 홍: 예. 몰라요.

그게 되게 재미있는 지점인 것 같아요. 이름을 붙여주고 관계를 맺고 이런 것을 중요시하는 한국 사람들의 정서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이름을 모른 채로 두고,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작업과의 가벼운 관계 형성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싶어요.

 

 

저희는 쉘위댄스의 작업이 일상에서의 예술적인 경험을 제안한다고 생각해왔거든요. 그 “분재화”라는 표현도 그렇게 느껴지고요. 그렇다면 그런 관점에서 쉘위댄스가 하고 있는 일상의 예술적인 경험이랄까요, 일상의 경험 중 어떤 것이  작업이 되는 건지 궁금합니다.

이: 많은 작가가 작업의 시작점을 일상이나 자기 주변에서 찾을 것 같은데요.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저희의 주변 환경이 많은 영향을 주고 있어요. 저도 재진 씨도 멍 때리는 걸 좋아하는데요. 멍하니 시간을 보내면서 특정 대상을 봤을 때 새롭게 읽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늘 보던 것인데도 어느 순간 나만의 방식이나 내가 가진 텍스트로 새롭게 읽히는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일상이 예술적인 영감이 되지 않나 싶어요. 요즘에는 음식을 보며 모던과 추상을 찾고 바라보는 재미에 빠져있는데요. 최근에 먹었던 누룽지 닭백숙의 추상적임과 모던한 깍두기… 그것들이 입안에서 조화가 될 때, 이것도 어떻게 보면 밸런스고요. (일동 웃음) 그러고 보니 저는 되게 추상적인 사람이고 재진 씨는 모던한 사람이고요, 저희도 그렇게 조화를 맞춰가지 않나. (웃음)

 

작업으로써 제안하는 것도 있지만, 이를테면 멍 때리기처럼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행동이나 쉘위댄스의 작업을 조금 더 잘 느낄 수 있는 방식 같은 게 있을까요? 쉘위댄스의 작업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보라, 같은 것도 좋고요.

홍: 멍하니 보내는 시간은 정말 추천합니다. 저희 작업 <quite corner>의 펜던트가 햇빛을 받으면 반사된 빛이 방안을 돌아다니는데, 특히 저는 이 빛을 따라 시선을 옮겨가며 멍하니 흘려보내는 시간이 좋더라고요. 조금은 마음대로 작업을 보는 것도 권해요. 주변에 보이는 물건을 저희 작업과 함께 랜덤하게 연출해보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본인이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다른 작업은 이름은 ‘가구’라고 이름 지었지만, 특정 물건을 위한 것도 특정한 용도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저희도 사진을 찍을 때 주변에 있던 사물을 얹어두고 찍는데, 그게 먹다 남은 과일일 때도 있어요. 그렇게 하면서 재미를 찾고 느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uite corner〉 ⓒNICESHOP

이어지는 질문일 수도 있겠네요. 쉘위댄스 분들에게 영감은 거의 일상의 경험에서 오는 걸까요? 그 영감을 어떤 식으로 작업에 담아내는지도 궁금하고요.

이: 영감은 멀리서 오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은 자신에게서 오는 것 같아요.

(웃음) 내 안에 있는 것이 발견되는 것이다?

이: 작업의 시작점은 다 저 자신이에요. 재진 씨도 마찬가지고요. 제 몸뚱이, 상황, 주변 관계 등에서 작업의 형태와 방식이 돌출돼요. 최근에 제가 허리 디스크 때문에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심한 통증 속에서 병원 생활을 하며 느꼈던 불완전한 나와 주변, 결여된 모습도 형태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저희 작업을 형태로 보자면 쥐 파먹은 형태도 있고, 부어있는 형태도 있고, 휘어지고 닳아 있고 타들어 가고요. 구멍 나고 벌어지고 찌그러지고 덧나고…

홍: 덧붙여보자면 제 주변의 익숙한 것 혹은 당연한 것이 낯설게 느껴질 때 작업의 시작점들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흔들리는 커튼을 보면서 가만히 멍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제가 생각하고 있던 상념들이 커튼에 맺혀서 새로운 이미지가 떠오를 때가 있어요. 갑자기 매일 보던 커튼이 낯설게 보이고, 새로운 이미지로 느껴지는 거죠. 그럴 때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수집해뒀다가 작업으로 표현하고요.

멋있는 말이네요. 아무래도 재진 씨가 받은 교육에 의해서 어떤 장면과 감각을 본인의 것에 투영하여 작업으로 표현하는 식으로 전문적인 훈련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설명해주신 그런 순간들이 있긴 하거든요. 시각적으로 확 끌리는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아직 그 장면을 어떻게 소화하여 풀어낼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거든요. 

이, 홍: 너무 사기꾼 같지 않았나요. (웃음)

 

“분재화”가 외부의 것을 내부로 가져와서 즐기게 만드는 것이잖아요. 저희는 이것을 요즘 세대들이 가지고 누릴 수 있는 공간의 한계와 연결 지어 이야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희 세대의 다수가 원룸을 벗어나지 못하잖아요. 쉘위댄스의 작업을 21세기의 분재라고 한다면, 외부에서 느낄 수 없는 심상을 내 작은 방 안, 혹은 오히려 내 안에서 끌어내야지 볼 수 있는 심상인 것 같거든요.

홍: 작업할 때 말씀해주신 내용을 분명 갖고 하긴 했어요. 햇빛이 없는 좁은 방에 살면서 그 빛을 조금이나마 방안에서 느껴보려고 모빌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처럼요. 작은 공간에서는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작을 수밖에 없죠. 이런 공간적인 제약들도 작업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 같아요. 

이: 작업을 만들던 초창기의 재진 씨는 실제로 5평짜리 원룸에서 살았어요. 그 좁은 방에서 작업을 만들기도 하고, 만든 작업을 세팅해놓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이 실제로 자연스럽게 고려되었던 거네요.

이: 본인이 만들어서 자신의 방에 두고 싶어 작업을 시작한 거예요.

홍: 그때 한참 전시를 많이 보러 다녔었는데, 감명 깊게 본 작업들을 두고두고 보고 싶을 때가 많았어요. 당시엔 지금만큼 미술품 굿즈가 많지 않았고, 작품을 사는 것은 어렵게 느껴졌고요. 사람들이 작업에서 느낀 감각을 보다 쉽게 데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작게 만들게 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이: 그것들이 잘 맞물려서 2015년 <굿-즈>에도 참여하고요. 덕분에 저희의 활동을 많이 알릴 수 있었죠.

홍: 이야기하면서 생각해보니 혼자 살던 초창기에 비해 훨씬 넓은 집에 사는 지금까지 조금씩 작업이 커진 것 같아요.

이: 헉 소름.

역시 모든 것이 부동산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웃음) 그렇지만 또 작업실은 을지로에 있잖아요. 쉘위댄스의 작업에서 풍기는 무드가 딱 한 단어로 말하기 조금 어려운 지점이 있지 않나 해요. ‘OO 하면서 OO 한~’처럼 상충하는 어떤 걸 가진 것 같아요. 그것이 어느 정도 넓고 안정적인 집이라는 공간과 친밀하지만 좁고 빼곡한 을지로 작업실 공간이 함께 녹아들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고요. 그래서 실제로 그런 풍광이나 두 공간의 차이가 직접적으로 작업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지 궁금해요.

이: 그렇게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확실히 영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쉘위댄스를 완전히 분석해오신 것 같은데요, 저희보다 더 잘 알고 계신 것 같은 어쩐지 털린 느낌이 드네요. (웃음)

자연과 인공적인 것들이 섞여 있고, 자연적인 형태를 인공적인 재료로 표현하시고요. 이런 것이 다 조금씩 맞닿아있다는, 거기서 오는 긴장감도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고요. 

홍: 지금 대화하며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저희의 주변 환경이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인데요. 저희는 집과 작업실 외에 각자 일터도 따로 있어요. 일터에서 마주하는 분들이 보는 저의 모습과 지금처럼 작업하면서 만나게 된 분들이 보는 저의 모습은 당연히 다르겠죠. 그러다 보니 저는 작가일 때도 있고 디자이너나 회사원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을 때가 많아요. 그런 부분이 아트피스일 수도 굿즈이거나 가구, 쓸모없는 기물일 수도 있는 쉘위댄스의 아웃풋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해놓고 보니 정말 사기꾼 같네요. (웃음)

이: TV나 잡지 같은 데 보면 집 멋지게 지어서 그 공간에 작업실과 생활하는 공간을 각각 잘 꾸며놓고 작업하며 사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저희는 집과 일터, 을지로 작업실 이렇게 나누어 광역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오고 가는 생활을  일주일에 몇 번씩 하고 있잖아요. 정말 진흙탕 속에서… 연꽃이라도 피워내려는 노력으로 지내고 있어요. (웃음)

그래서 그렇게 주말마다 자연으로 가시는군요. 휴식을 취하는 곳은 자연이고 일상의 공간은 도시고요. 또 여기서 오는 격차가 있으니 작업에서 그런 것들이 드러나지 않나 해요. 5평에서 시작된 작업이 넓은 집을 가지면서 점점 커지는 것도 재미있어요. 공간과의 관계에서 작업이 어떤 식으로 발생하는지 보는 것도 정말 재밌고요. 

 

 

작업의 성향이랄까요, 방향의 변화랄까요? 처음에는 정말 쓸모가 없는 어떤 것이었다가 최근에는 선반이라는 기능이 더해진 작업으로 조금씩 변화했고, 최근엔 작업이 월간 <디자인>에도 실렸고요. 미술 잡지에 실리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일 것 같거든요.

홍: 엄청 기뻤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저희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싶어 정말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했어요. 가구라는 것이 쓰임새가 분명한 물건인데, 저희 작업은 쓰임새가 분명하긴 하지만 크게 쓸모가 없잖아요. 그래서 월간 <디자인>에서 가구 제작 의뢰를 해왔다는 것이 매우 의미 있는 일이기도 했어요. 의도적으로 작품명에 ‘furniture’라는 단어를 넣기도 했기 때문에 저희가 설정한 방향대로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쉘위댄스의 작업은 사용성이 별로 없지만 있는 척하는 것들이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가구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과 같은 지면에 실렸다는 점이.

이: 저희가 공감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심까진 아니지만, 아직 뭔가 하면서도 긴가민가할 때가 많거든요. 많은 분이 그렇겠지만요.

디자인적으로 확장됐다고 할까요?

이: 마음 같아서는 최근에 만든 선반 시리즈들은 선반 형태의 느낌만 주고 턱을 더 좁게 만들어서 실제로는 쓸 수 없게 하고 싶었거든요. 그렇지만 쓸모에 대한 조율은 계속해서 하고 있죠.

재료에 대해서도 좀 이야기해볼까요. 처음보다 최근작은 더 현대적이고 인공적인 재료를 많이 쓰는 것 같거든요. 이런 식으로 조금씩 재료를 선별적으로 쓰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있는데 어떠신가요?

이: 큰 의미를 부여했다기보다 돈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찾은 아름다운 재료가 ‘돌’이었어요. 돌이나 모래 등 자연적인 것들이 저희랑 무드가 맞기도 했고요. 아크릴이나 점토를 쓰기 시작한 것은 감정을 형태로 표현하기에 적합한 재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현재는 앞으로 쓰일 또 다른 물성을 찾으려고 계속 돌아다니고 있는 중인 것 같고요.

초기작이 무드만을 위한 어떤 쓸모가 적은 장식품이었다면 최근작들은 확실히 쓸모가 더해져서 사람들이 더 쉽게 집안으로 들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디자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긴 것도 같고요. 사람들이 ‘선반’이라는 단어 안에 이미 실용성을 담고 받아들이는 것도 같아요.

이: 그래서 요즘에는 저희 선반 작업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어떤 걸 올려두면 좋을지 여쭤보시기도 해요. 

사실 그 누구도 선반을 살 때 그런 질문을 하진 않잖아요. (웃음)

이: 그래서 그냥 쓸데없는 거 올려두시라고 해요. 머리카락도 괜찮지 않냐고. (웃음)

그럼 어떤 반응을 하시나요?

홍: 되게 재밌어하시고요, 깨달았다는 반응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 그렇게까진 생각 안 해봤다는 느낌으로요. (웃음)

 

 

두 분이 듀오로 활동을 하는 것과 부부로 지내는 것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가고 계시는지 좀 들어볼까요. 갈등이 없어 보이기는 하는데, 만약 갈등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결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이: 갈등이 없을 순 없죠. 재진 씨는 영남 사람이고 저는 호남 사람이고요. 나이 차이도 꽤 나는 편에다 성격도 완전 달라요. 먹는 코드 외엔 정말 달라서요.

홍: 취향만 비슷하고 나머지는 정말 다 달라요. 작업 과정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다 합의점을 찾기 힘들면 처음 아이디어를 도출한 사람의 의견을 따르자는 나름의 규칙을 두고 있긴 하지만, 늘 잘 지켜지진 않기 때문에 갈등이 많아요. 그렇지만 갈등이 많다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여기고 있진 않아요.

이: 최근에는 해결하는 방법을 찾았어요. 서로 가만히 놔두면 어느 쯤엔 그 갈등이 조금 말랑해지는 때가 오더라고요. 그때까지 서로 좀 기다리고 내버려 두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그렇게 두면 다시 또 같은 궤도에 오르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관계와 작업이 모두 스무스하게 흐르고 있어요.

사실 내버려 둔다는 게 많이들 알고는 있지만 실행하기는 어려운 방식이잖아요.

홍: 서로에게 시간을 준 뒤 어느 시점이 되면 대화를 정말 많이 해요.

이: 절대로 너무 많이 노력하지 않으려고요. 관계를 위해 너무 애쓰지 않는 게 오히려 좋은 것 같아요.

홍: 네, 내버려 두니까 상황이 돌아오더라고요.

맞아요. 방식은 달라도 결국 서로가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게 종착점이고, 어쨌든 해결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내버려 두는 게 좋은 것 같더라고요. 

홍: 그래서 초반에 인터뷰 준비를 따로 하고 후에 바꿔본 것도 있어요. 아마 보내주신 질문지에 같이 답하려고 시작했으면 엄청 싸웠을 거예요. 

이: 그렇게 각자가 쓴 답을 보니 같은 이야기를 그저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되어서 서로 감동한 부분도 있고요. (웃음) 

 

이제 이야기를 좀 마무리해볼까 해요. 현재하고 계신 작업에 관해 설명해주셔도 좋고,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이나 방향, 올해의 계획도 좋고요.

이: 이렇게 현재 작업의 연장 선상에서 작업을 하되, 사이즈나 볼륨을 좀 키우고 싶고요. 조금 더 웨어러블한 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저희 작업을 입을 수 있으면 해서, 착용하거나 걸칠 수 있는 그런 것도 고민을 하고 있어요. 평면 쪽도 시도해보고 싶고요. 여태까지 입체로만 작업을 했었으니까 평면으로도 저희 무드를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지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전시 계획은 없으신가요?

홍: 당연히 있습니다. 억지로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올해도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 같고, 그때 그 기회를 잘 잡고 싶어요. 

다양한 공간에서 쉘위댄스의 작업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으면 좋을 것 같아요.

홍: 저희도 그런 걸 기대하고 있어요.

잘 어울리는 공간에서 쉘위댄스의 작업을 보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의외의 공간에서 만나는 격차로 발생하는 무드도 너무 궁금하거든요.

이: 그래서 최근에 판매한 펜던트 조명을 가정집에 설치하는 경험이 정말 좋았어요. 구매하신 분도 덕분에 집 안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씀해주셨고, 그것을 보는 저희도 정말 뿌듯했고요. 물론 전시장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요. 나이스숍 덕분입니다. 항상 저희 작업을 충분히 이해하고 지지해주시니까 올해 선보이게 될 나이스유니온도 재밌게 잘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작업을 엄청 가볍게 하는 건 아니지만, 본인들의 만족을 위해 재밌게 하시는 것 같아요.

홍: 그게 가장 중요한 지점이니까요.

답이 자신에게 있다고는 하셨지만, 사실 자신에게 있는 답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외부의 환경이나 상황 때문에 흔들릴 때도 있는 것 같은데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찾고 지키면서 작업을 해나가고 계신 것 같아요. 

이, 홍: 정말 발버둥 치고 있는 상황이지만, (웃음) 그렇게 봐주시니 좋습니다. 

홍: 제가 고통스러워하거나 재미없게 작업을 하면 그게 작업에 묻어나오는 것 같아요. 제가 재미있게 해야 사람들도 재밌게 봐주는 것 같고요. 

이: 모든 창작자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아웃풋이 만족스러울 때 오는 짜릿함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전 제가 한 작업을 보면서 감탄하는 시간도 갖습니다. (웃음)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셔도 좋아요.

이: 저희를 너무 잘 알고 계신 것 같아서 많이 놀랐습니다. 사려 깊게 고민하고 질문해주셔서 감사함을 느꼈어요.

홍: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스스로도 작업에 대한 정리를 많이 할 수 있어 정말 좋았어요. 고맙습니다. 

 

 

 

기획 – 나이스숍
진행 – 김은하, 윤장미 
정리 – 윤장미
사진 – 안초롱

 

 

쉘위댄스. 이경규 홍재진이 2014년 가정용 장식품을 시작으로 만든 2인조 스튜디오이다.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접점이 만들어내는 정취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재료의 물성을 이용해 그 접점을 분재화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변의 결여된 모습에 관심을 두고 작업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instagram@shall.we.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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