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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Tastes
04. 텀컵 Fluid Club rfm thumb cup

 네 손가락이 (마치 귀처럼) 컵의 한쪽 면에 길게 늘어진 손잡이에 쑥 들어가 감긴다. 저절로 엄지손가락이 컵의 입구 쪽에 척 붙는다. 이 컵의 이름은 텀컵thumb cup이다. 

 사용 빈도가 높은 물건에 돈을 쓰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SNS에서 봤던가? 나이를 먹어가며 내 주변의 물건들을 조금씩 업그레이드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내 인생도 업그레이드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에 따라 높아지는 삶의 질은 말할 것도 없고. 

 항상 마주하는 책상 위 물건 중 작업에 필요한 이런저런 아이템들을 업그레이드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다음 타깃은 항상 그 옆에 함께 놓이는 머그컵이었다. 

 물건을 고르는 과정이나 방법에 있어 다들 각자의 방식이 있겠지만, 나의 첫 번째 원칙은 외형이나 사용성에서 안정감을 동시에 가지는 물건을 고르는 것이다. 시각적 안정감이 사용성에도 그대로 드러날 때의 만족감은 어떤 순간에 대한 영감을 주기도 하는 아주 귀한 경험이다. 

 이 컵의 첫인상은 균형 잡힌 형태와 군더더기 없는 모양새로 깔끔하고 단정하다. 수직으로 곧게 떨어지는 바깥과 안쪽 면에 매끈하게 유약이 발려 시원하다. 두께가 얇고 입에 닿는 면이 날렵해 머그 특유의 둔탁한 느낌이 전혀 없어서 더 세련되고, 널찍한 안쪽 공간은 더욱더 시원해 보인다. 보이는 만큼 용량도 꽤 크다. 평평한 바닥 면은 매끈한 수직면과 달리 광택이 나지 않아 거칠지만 단정한 텍스쳐를 드러내고, 한가운데에 약간 어두운 톤의 rfm 로고가 단단하게 중심을 잡는다. 얇고 시원한 느낌이 아슬아슬하게 느껴질 때쯤 윗면부터 바닥 면까지 꽉 채워 길게 뻗은 손잡이가 무게를 더해 안정감을 준다. 

 텀컵은 딥 민트, 머스타드 등 매력적인 여러 가지 색깔이 있지만, 내 생각에 이 컵의 매력이 가장 돋보이는 컬러는 단연 퓨어 화이트다. 유약이 발린 면은 빛의 움직임에 따라 하이라이트와 그림자, 공간의 물건들이 비치면서 만들어내는 기묘한 무늬들로 끊임없이 인상을 바꾸고, 같은 색이지만 광택 없이 매트해 한 톤이 다운되는 바닥 면은 묵묵하게 컵 전체의 밸런스를 잡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퓨어 화이트는 세련되고 묵묵한 인상을 더욱 강화하고, 머스타드나 딥 민트같은 조금 낮은 채도의 색들은 그 느낌을 흐트러뜨려 편안함을 더한다.

 거의 매일이 불안정한 삶 때문인지 안정적인 물건을 보는 것만으로도 잠깐이나마 차분해지는 기분이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분들 앞에는 어떤 머그컵이 있을까. 계절이 계절인지라 담겨있던 얼음이 만든 물기가 주욱 흐르고 있는 투명한 유리컵일 수도 있겠다. 그 밑엔 또 각자의 방식으로 고른 코스터가 있을 테지. 

 매일같이 마주하는 시야 속에 마음에 안정을 주고 심상을 환기하는 자기만의 물건을 둬보는 것은 어떨까.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래도 좋겠지만, 사용해도 그만 사용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자주 보는 것도 자주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다음엔 어떤 물건을 업그레이드해볼까.

 

 

기획 – 나이스숍
글 – 김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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