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열쇠고리 FREITAG Key Ring

 

지난가을 오토바이를 샀고, 키가 생겼습니다. 대중교통 외에 편하게 타고 다닐 그러나 주차공간이 없는 생활 반경을 고려하여 중고차가 아닌 110cc 오토바이를 결정해서였는지, 사실 그전에 갖고 싶던 키링이 먼저 생겼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어쩐지 저는 오토바이를 꾸밀 파츠보다 키링을 고르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그리고 더욱 솔직해지자면 갖고 싶던 키링이 있었다기 보다 그저 키링을 갖고 싶고 휴대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러기엔 소지한 열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열쇠를 들고 다니는 일을 즐기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정말 갖고 싶은 물건이라는 것은 별의별 수천 가지 이유를 대며 찾아옵니다. 이번에는 그러니까 키링을 달 키를 갖기 위해 차를 가져야겠다 생각을 했던, 약간 무언가 크게 전복된 물건 이야기입니다. 뭐 일단 갖고 싶은 것을 산 얘기니까 아무래도 좋지요.

프라이탁처럼 이미 “어떤 것”이 되어서 온갖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있고 할 말도 많을 것 같은 브랜드 중에서도 저는 프라이탁, 그리고 그 제품 중 가장 처음으로 키링을 갖게 되었고 크 키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프라이탁은 마커스, 다니엘 프라이탁 형제가 만든 가방 브랜드로 출발한 이제는 그냥 그 이름 그 자체가 되어버린 브랜드입니다. 일정 기간 사용한 방수 천을 재활용하여 만드는 프라이탁 제품들은 모두 단 하나의 에디션을 지니며 그래서 제품 가격이 꽤 고가에 형성되어 있지만, 같은 색감이나 패턴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단 하나의 에디션이라는 것과 무엇보다 엄청나게 튼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적당한 가격이 아닌가 합니다.

마침 살고 있는 동네에 프라이탁 매장이 있어 다른 키링 후보를 생각하기도 전에 프라이탁에 가 헬멧과 오토바이 색깔에 어울리는 키링을 덜컥 구입하긴 했지만, 비가 와도 스케치가 젖지 않는 가방을 만들려는 시도에서 출발한 프라이탁 역사처럼 제가 가질 키링도 여러 환경에서도 원래 모습을 유지하고 튼튼했으면 하는 생각에 매장에 들어서면서 마음에 드는 키링이 있었으면 하고 조금은 바랬던 것 같아요. 키링을 가져야겠다고 처음 생각했던 당시 원했던 모양새는 튼튼한 스트랩 형태의 이왕이면 양쪽으로 고리가 달렸으면 했었는데, 또 하필 공교롭게도 프라이탁에 그 모양이 있지 뭡니까. 아마 키링도 가방 안쪽이나 허리춤에 따로 매달 용도로 디자인되었을 것 같아요. 금속 고리도 정말 튼튼해 보였습니다. 저는 오래 쓸 물건은 그 물건이 낡은 모습까지도 떠올려지는 물건을 고르는 편인데요, 프라이탁은 사실 출시된 모습이 이미 그 모습이라서… 좋다는 얘기입니다.

아닌 경우를 찾는 게 더 힘들겠지만, 키링 또한 키링 하나만 가질 수 없는 물건이 아닐까요. 어차피 무언갈 달아둘 요량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키링에 마음에 드는 키링을 덧달거나 예쁘고 의미를 담은 참Charm을 수집할 수도 있죠. 그럴 마음으로 수년 전에 키 없는 키링을 소지하고 다닌 적도 있습니다. 도매스틱 스트릿 의류 브랜드에서 사은품으로 준 노란색 로프형 고리에다 여행지에서 들렀던 편집매장에서 받은 오렌지색 스케이트보드 피규어를 달았었어요. 그리고 당시 잘 쓰진 않았지만 최대한 작고 예쁜 것을 고르고 골랐던 노란색 뚜껑이 달린 커세어Corsair USB까지. 키가 생기면 달아서 써야지 하고 지니고 있던 그 키 없는 키링은 당시 쓰던 지갑에 넣어 다니던 어느 날 지갑 통째로 잃어버렸고 그대로 사라졌습니다. 제대로 쓰지 않아 사라지지 않았을까요. 이제는 이동을 하려면 키가 꼭 필요하니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겠지, 하고 마음에 드는 참이 생기면 잔뜩 달아 줄 생각입니다. 마침 저는 지금 물건을 고르고 파는 일을 하고 있으니 조금은 더 간편하게 마음에 드는 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어쩐지 최근에 그렇게 키링만 보이더라니… 아무튼 현재 타고 있는 오토바이의 키를 꽂는 쪽 프론트 커버는 벌써 키링과 키링에 달린 다른 아이템 때문에 조금 달아진 구석이 있지만, 어차피 보호하려고 달린 커버가 아니겠어요. 물건은 닳기 마련이고 제가 타는 오토바이 기종은 파츠가 저렴하기로 유명하니까 하는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참을 마구마구 달아주려고 합니다.

 

 

기획 – 나이스숍
글 – 윤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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