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황예지

황예지는 자신의 작업으로 돈을 버는 것은 신기루 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이런 세대에게 어쨌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행복하지 않느냐는 물음은 얼마나 단편적인가. 이미 자신의 자리가 없을 지도 모른다는 감각을 가지고 자라온 세대에게 일이란, 단순히 생계나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잘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주변과 함께 터전을 꾸리려는 사람, 많은 마음을 헤아리기에 주저함이 없는 사람. 황예지의 2019년은 또 어떻게 그려질까.

 

저희가 사전에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었죠. 예지 씨 답변을 받고 나니 저희가 너무 사진가라는 틀 안에 예지 씨를 가둔 채로 질문을 구성하지 않았나 해요. 그래서 오히려 직업에 관한 이야기 같은 것들에 있어 더 묻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고요. 예지 씨나 그 세대는 저희와는 직업이나 작업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또 다른 것들을 경험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인터뷰 촬영 사진가도 예지 씨의 친구이다) 혜리에게 인터뷰 방향이 어떤지에 대해 공유하고 얘기 나눴거든요. 사진가 황예지에만 집중되어 있는 점이 아쉬웠다고 지금 하신 말씀과 비슷한 말을 해줬어요.

가족들은 평소에 예지 씨를 어떻게 대하나요? 사진가로서나 딸이나 동생으로서.

제가 밥 벌어먹고 살고 있다는 것에 의심을 하긴 해요. 제가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사진으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을 못 미더워 하고요. 제가 찍는 사진들이 돈이 된다는 납득을 여전히 잘 못하는 것 같아요. 가족들의 평소 모습을 담는 작업을 많이 하잖아요. 가족들은 “사람들이 우리가 이렇게 엉망이 된 모습을 좋아한다고?” 하고 놀라요. 그렇지만 또 피사체로는 적극적이긴 해요.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좀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대게 프로페셔널한 직업인으로의 태도와 삶에서의 태도는 다르기 마련이니까요. 그게 전환이 잘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작업이었을 것 같거든요. 가족이나 친구들을 찍는다는 것 자체가.

아빠 덕분에 사진이라는 매체는 정말 자연스러웠어요. 아빠도 저희 어렸을 때의 온갖 모습을 다 기록하셨거든요. 아빠를 찍는 것은 자연스러웠는데, 언니와 엄마를 찍는 것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이유를 계속 생각해봤더니 그들의 모습을 제가 그들과 함께 부끄러워해서였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들은 늘 무기력했고 살집이 있었어요. 매력 있는 피사체라고 느끼지 못했죠.
유년시절에는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기도 했고 세상이 입력시킨 아름다움이 옳다고 믿었어요. 성인이 되고 스스로 찾아 공부를 하다 보니 그 모습이 숨길 것도, 아름답지 않은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언니와 엄마를 처음 찍을 때, 언니와 엄마뿐만 아니라 저도 경직되어 있었어요. 그렇지만 침묵으로 대하고 계속 찍은 것을 보여주고 하다 보니 엄마도 어느 순간엔 “이 사진은 되게 슬퍼 보이네?” 하는 감상이나 피드백을 주기 시작하더라고요. 후에 졸업작품을 할 때는 엄마가 셀렉에 참여하기도 할 정도였어요. 그리고 지금은 언니가 저보다 사진작가도 많이 찾아보고 그렇게 알게 된 사진을 저에게도 보내줘요.

가족들이 예지 씨를 여전히 막내로 보고, 사진가로 돈을 벌고 있다는 걸 의심한다고는 했지만 사실은 이미 사진가로서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어느 부분에서 신뢰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작업을 제대로 설명한 적도 없어요. 사진 작업을 할 때에 어떤 걸 의도하고 어떤 것을 할 거라는 말도 하지 않고, ‘침묵 대 침묵’으로 진행해요. 그럼에도 온전히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옷이나 머리 상태 등 전혀 관여하지 않고요?

네. 빛 정도만 고려했던 것 같아요. 그것도 되게 이상한 방식으로 찍었어요. 중형 카메라(핫셀 블라드)를 사용했는데, 이 카메라는 보통 유형학 사진을 찍을 때 쓰거나 삼각대를 세워놓고 찍지, 손으로 들고 사용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걸로 삼각대 없이 셔터 스피드가 느린데도 불구하고 숨을 꾹 참고 찍고 그랬어요.

이 카메라는 보통 필름도 비싸서 사람들은 대게 “대단한 사진”할 때 쓰는 느낌으로 보잖아요. 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진 하는 분들이 저에게 이상하다고 하긴 했어요. 이 카메라로 굳이 스냅을 하니까. 기존에 제가 사용했던 카메라들은 너무 속도감이 빠르다는 느낌이었어요. 이 카메라는 뷰 파인더가 반대로 보이고 써야 하는 시간도 길어요. 과정이 길다 보니 그걸 통해 상황을 더 존중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거리를 만드는 것일까요. 가족들 입장에서도 저런 카메라로 자신들을 찍는다고 하니까 좀 더 진지해지지지 않았을까요.

네. 거리두기가 돼요. 시간이 더 걸리니까요. 카메라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이걸 쓰면서.

그래서 필름 사진을 지향하는 이유와도 맥락이 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족들 찍을 때 디지털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닌데요, 디지털로 한 작업은 확연히 매력이 없었어요. 선명하고 속도가 빠르고 바로 셀렉이 가능하고 실수하면 바로 다시 찍을 수 있다는 지점에서 자책의 속도도 빨라지고요.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자신감이 더 떨어지고, 망설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과정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전 인터뷰에서 사진을 찍는 상황에 푹 빠진다고 답변하셨는데, 그것과도 닿아있네요. 디지털은 계속 누군가에게 내가 찍은 결과물을 당장 노출시키기도 쉽고, 필름으로 작업을 한다는 것이 자기 보호의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사진 작업을 할 때 어느 정도 암흑이 지속된다는 점이 저에겐 큰 매력이었거든요. 암실도 그렇고, 필름 작업도 그 과정에 있고요.

 

사진을 열일곱 살 때 시작했다고 하셨고 학부에서도 사진을 전공하셨잖아요. 선배나 선생님이 없다고 하셨던 것이 작업 스타일에 있어서 느끼는 고립감인지, 실질적으로 여성이 배제되는 분위기가 있는 건지 궁금해요.

제가 고등학교도 사진과를 졸업했고, 대학교도 사진과를 졸업했는데요. 그때 봤던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나 싶게 놀라울 정도로 사람들이 사진을 하지 않아요. 하더라도 결이 많이 다르기도 하고요. 학교 안에서 작업적으로 동료라고 부를 수 있는 건 현성 씨를 포함한 몇몇 밖에는 없네요.

사진과가 따로 있었는데도요?

네. 좀 이상하게 느껴져요. 어느 순간 삶의 기로에서 생계를 택하고 싹 사라졌어요. 졸업 직후에는 조금 유지를 하는 듯 하다가 이젠 거의 사라졌어요. 동료라고 부를만한 사람들이 없어지는 거니까 좀 슬프기도 했어요.

저희는 오히려 그들이 맞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나이가 들면서 사실은 생계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나 작업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깨달아 왔거든요. 그렇다면 예지 씨에게 생계유지 수단으로써의 사진이나 요리하는 사람, 모델, 이제 막 시작하셨지만 디제잉 등 여러 가지 일 중 어떤 일이 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진이고 싶죠. 그렇지만 사진은 확실히 업으로 삼기엔 잔인한 매체인 것 같아요. 상업 사진가로 활동하지 않으면 일이 현저히 줄어요. 본인의 작업으로 돈을 버는 건 신기루 같은 일이죠. 친구들을 보면 패션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패션 스튜디오 실장님 밑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하고 그래요. 저도 졸업을 앞두고 있었을 때 한 교수님께서 패션계 어시스턴트를 하라고 말씀을 해주시는 거예요. 근데 먹고 살만해야 된다고, 추천은 해주겠지만 3개월 무급이라고 하시더라고요.
3개월 무급이거나 작년에 듣기로는 처음 월급이 40~90만 원 사이인 경우도 많다고 하고요. 많이 주는 곳이 100만원 겨우 넘기는데, 워낙 급여가 낮으니 100만 원 넘는 곳을 어시계의 삼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대요. 충격받았던 일화로 졸업 시즌에 친구가 알바를 두세 개씩 하는 거예요. 이유를 물었더니 패션 스튜디오에서 6개월 정도 일해보고 싶어서 미리 돈을 벌어 놓는 거라는 답을 하더라고요. 일하는 중엔 돈을 못 버니까요. 말도 안 되는 거 서로 다 알면서도 친구들은 먹고살아야 하니까, 열정이 있으니까 거기에 몸을 던지는 거예요. 파인아트 사진작가들은 어느 이상 가서 컬렉터가 생기지 않는 이상 돈을 못 벌고요. 그래서 저는 마음을 먹은 게 사진을 주업으로 삼지 말자는 것이었어요.
그때부터 다른 일을 해보려고 도전을 했던 것 같아요. 카페 일이나 요리, 베이킹을 배워 일을 하거나 학생들을 가르쳐 보기도 하고요. 생계를 생각할 때에는 사진가라는 정체성을 많이 죽이는 편이에요. 친구들과 저를 보면 사진을 위해서 돈을 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다들 저희끼리 ‘머니 잡’이라고 부르는 서브 잡이 있어요. 사진 일이 겨울에 정말 없어요. 옷이 나오지도 않고, 추우니 야외 촬영도 힘들어서 그런가 봐요. 그쯤에 출판하시는 분들이랑 자리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거기서 어떤 분이 그냥 비싼 취미 가진 거라고 생각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부분은 늘 고민이에요. 친구들이랑 모여도 늘 먹고 살 궁리 같은 것만 하고 있어요. 대중과 큰 타협을 했을 경우엔 먹고 살아지는 것 같긴 한데 저나 제 친구들은 작업자로서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들이 많으니까.(웃음)

저희 또래들은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에요. 큰 기업에 가거나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에 거의 투신하고 있는데 돈은 적게 벌고 시간도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예지 씨와 친구분들은 그것을 예견하고 미리 장치를 둔 것 같아요.

사진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일찍 깨달았던 것 같아요. 하다 못해 사진 재료값부터 무척 부담스러웠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현실감각이 있었네요. 언제까지 머니 잡과 사진을 병행할 수 있을까요? 언젠가 전환점이 생길까요.

늘 자생에 대해 고민해요. 어떻게 하면 작업만 하며 먹고 살 수 있을지. 그래서 환경 조성을 하고 싶은가 봐요. 저는 사진과 대중의 네트워킹이 잘되지 않는다고 느껴요. 패션지나 업계에서 소개하는 작가들도 굉장히 한계가 있고, 사진계에는 많은 선생님들이 계시지만 그분들은 우리 세대의 독법을 이해하고 초청하실 생각이 없으신 것 같고요. 그래서 자꾸 체계와 네트워킹을 만들고 싶나 봐요. 그것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고 있어요.
지금 하고 싶은 것은 친구들의 사진 작업들을 업로드하고 컬렉터나 클라이언트들을 모집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에요. 사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작업자들의 작업과 사진을 엮는다든지, 성우나 소설가를 엮어 낭독 프로그램을 만들어 구독 서비스를 진행한다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장기적 발판을 만들고 싶어요. 그것을 오프라인까지 끌어낸다면 정말 좋겠고요.

그러고 보니 사슬로의 첫 프로젝트가 그런 것들이었죠. 구상하고 있는 다음 프로젝트와 함께 사슬로의 소개도 부탁드려요. 어떤 태도나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계신지도요.

우선 사슬로는 재작년 말쯤 제가 사랑하는 친구들이자 존경하는 사진가들인 박현성, 이수안, 하혜리와 이끌어가고 있는 팀이에요. 조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서로의 행보를 응원하며 혼자 하긴 무섭고, 같이 하면 즐거울 것 같은 일들을 차근차근히 해나가고 있어요.
첫 프로젝트였던 <들키지 않게>처럼 다음 프로젝트도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게 하고 싶어요. 저희 팀이 죄책감과 환기를 반복하는 구조로 굴러가는데요,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죄책감과 환기에 대한 부분이 궁금해졌어요. 사람들의 죄책감을 수집하여 인터뷰와 사진을 남기려고 해요. 환기도 마찬가지고요.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보고 들으면 개개인에게 큰 위로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예지 씨는 어떤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어떤 것에 환기를 가지나요.

예전엔 유흥에 죄책감을 느꼈어요. 몇 년 전, 스스로에게 아주 폭력적이고 가학적으로 지냈던 적이 있는데요. 주 7일 서서 10시간씩 일을 하고 와도 잠이 안 오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에너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잠이 안 와서, 그걸 쓰려고 새벽마다 나가서 술을 마시거나 클럽에 가고 그랬어요. 그렇게 저를 계속 갉아먹으니 제대로 나를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 당시 만났던 사람들과 건강하지 않은 대화에 대한 생각이 죄책감으로 남았어요. 다 놀고 아침을 보는 게 어찌나 힘들던지. 그때나 지금이나 친구들이 정신 차리라고 말을 해줄 때 크게 환기가 돼요. 제가 속에 있는 감정을 잘 꺼내지 못하고 쌓고 삭히는 편인데, 친구들이 그걸 알아채고 끄집어내거든요. 그때 환기가 되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아요.

blow, 2016 ©황예지


사진과 작업을 함께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쭉 했는데요. 현재 함께 사는 친구분들 얘기도 좀 해볼까요. 예지 씨가 SNS로 노출시키는 동거인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요. 저희도 그렇고요. 너무 다른 세 여성이 잘 사는 모습에 대해서요.

맞아요. 저희 셋을 조망하는 눈이 많은 것 같고 다들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잡지사 인터뷰 요청도 몇 번 받았어요. 저희는 사실 정작 여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별생각이 없는데 말이에요!  
최근 직방에서 발간한 브랜드 매거진인 ‘디렉토리 매거진’과 인터뷰를 했었는데, 집 인테리어 영감이 어디서 오는지 같은 질문이 있었어요. 저희 셋은 그저 인터넷으로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집을 채웠는데 말이에요. 살기 시작한 것도 얼렁뚱땅, 사는 것도 얼렁뚱땅 살고 있어요. 잘 아는 사이도 아니었어서 각자 걱정하며 동거를 시작했는데, 직업도 성격도 다 다른 친구 셋이서 즐겁게 잘 지내고 있어요. 여자 셋이 사는 것은 아주 든든하고 유쾌한 일인 것 같아요.

<FIND YOU> 프로젝트는 다양한 인물의 포트레이트를 찍는 프로젝트잖아요. 어쨌든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니까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받거나 할 것 같아요. 프로젝트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분들과 프로젝트 후에도 연락을 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나요?

오히려 깔끔한 이별을 해요. 이렇게 좋은 경험을 서로 했다는 기분만 가진 채,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지는 않는데요. 가끔 부모님이 농사지은 귤을 보내줘도 되겠냐는 연락이나 녹음이 푸르를 때 다시 한 번 찍고 싶으니 그때 촬영 가능하냐는 그런 식의 연락은 와요. 좋은 단절이죠. 서로의 삶을 응원한다는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요.

의뢰하시는 분들은 어떤가요? 성별이 어떤지, 또래가 많다든지요.

연령대는 20-30대로 묶을 수 있고, 그리고 신기하게 99% 여성분들이에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가끔 이상한 느낌으로 남성분들에게 연락이 오는데 그런 연락에는 답장을 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SNS로 의뢰를 받아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니 SNS 관련한 이야기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는 SNS로 드러나는 예지 씨의 모습들이 아주 흥미롭고 건강한 자기애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게 같은 맥락일지는 모르겠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예지 씨를 베일 속 어떤 캐릭터처럼 소비하고 있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요.

맞아요. 맞아요.

그것이 사실 사진 속 예지 씨의 모습과 관계가 있을 것 같기도 해서 그런 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의도된 것인지,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건지. 

SNS를 싸이월드 때부터 즐겨 했어요. SNS에 제가 무언가 숨기고 편집된 일상을 올리면 이상한 사람들이 더 많이 꼬였던 것 같아요. 사진 속 창문으로 보인 풍경으로 저희 집을 유추해서 택배를 보낸다거나 하는 식의 일도 있었고요.
이상한 일을 자주 겪고 나니까 차라리 드러내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하니까 이상한 일들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비밀 많고 우울한 여성들에게 부적절하게 접근하려는 사람들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그 시기부터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사진도 올리고 건강한 이미지를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우울한 나’와 ‘우울과 대립하는 나’가 동시 존재함을 인정하고요. 그러면서부터 많은 여성분들이 팬이라고 하시면서 편지를 주시거나 위안을 받는다, 좋아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익명의 고민 상담도 많이 했었는데 여성에게 힘이 되는 건 기쁜 일이니까 들을 수 있는 건 들으려고 해요. 하지만 결국 저의 어떤 모습 때문에 속내를 드러내고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알아가야겠죠?

숍을 시작했더니 사진 촬영이 필요한 부분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런데 스튜디오를 가지고 상업사진까지 커버할 수 있는 여성 사진가가 정말 없는 것이 불만이었어요. 여성 사진가분들은 거의 스냅 사진만 하신다든지. 그런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스튜디오를 갖기까지의 과정 같은 걸 생각해보면 (운 좋은 상황을 배제하고) 어쨌든 사진을 전공하고, 사진계에서 일을 해야 하잖아요. 졸업하고 놀란 것이 이 구조가 남성 지배적이라는 것이었어요. 남성이 실장이 되고 남성 후배를 데려다 쓰고. 그래서 독립해서 사진일 하는 사람이 거의 남성밖에 남지 않는 거죠. 요즘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사진 구직/구인 사이트에 가보면 성별에 남자 표기해놓은 공고가 많아요.
체력이 안 되니까 빠지라는 식으로 여성을 배제하고, 힘쓰는 일 때문에 여성을 안 뽑는다는 말을 그냥 하는 구조니까. 불균형이고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교체가 되어야 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저도 상업 사진을 주로 하거나, 스튜디오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텍스쳐 온 텍스쳐 Texture on Texture의 행보가 흥미롭달까요. 사진을 안 하셨던 분들이 사진을 하시고, 스튜디오까지 멋지게 꾸리셨으니까요! 작품도 근사하고요.

그래서 요즘엔 일단 판을 키워보면 어떻게든 되긴 하는구나 라는 생각도 해요. 일단 숍을 시작하고 났으니까 그런 생각이 든 것 같기도 하고요.

저도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사진 장르의 영역을 넓히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외국에선 페미니즘 사진 전시도 하고, 패션이나 파인아트의 장르 구별 없이 활동하는 작가들이 정말 많은데 한국은 아직 각 장르의 울타리를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사진 의뢰나 인터뷰 의뢰가 패션지나 일반인들에게서도 오니까 조금씩 확장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장르는 한 번 와르르 무너져야 해요!

트위터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홍보하는 여성 스냅 사진가들이 왜 많은가 하는 문제는 사실 사진계의 문제인 것이지, 절대 그들의 문제가 아니네요.

사진으로 살아남고 싶으니까요. 공간 대여에 돈이 많이 드니 야외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고요. 요즘 페미니즘 이슈가 불거지면서 여성을 가녀리게 찍는 사진가가 많이 사라진 것은 정말 좋아요. 제가 최근 느낀 것이 한국에서 여성을 잘 찍는 작가가 없다는 거예요. 제가 레퍼런스 삼을 만한 선배 작가도 손에 꼽혔고요. 남성들이 그 역할에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이번에 결심한 게 한국에서 여성을 잘 찍는 여성 사진가가 되어야겠다는 것이에요. 이렇게 시간이 쌓이다 보면 다양한 체형을 모으고 편협한 아름다움과 싸우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제 파도가 크지 않지만 훗날에는 다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언니와 엄마를 찍었던 게 그 시작이고요.

작업하셨던 사진들 보면서 이야기를 나눠도 좋을 것 같아요. 예지 씨가 해 온 작업들을 보며 경험이 사람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을 다시금 느껴요.

처음에는 유년 시절에 겪었던 기구한 일들과 화해하는 작업을 해야지 했었는데, 내적으로 외적으로 체력이 생기니까 이것을 베이스로 두고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프로필 사진이나 작업으로 만난 분들이 우는 모습을 많이 봐요. 제가 어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눈물을 떨어뜨리실 때가 있어요. 여러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인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행복해요.
프로필 사진 작업할 때 뜻깊었던 에피소드가 있어요. 저한테 사진을 찍으려고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오셨다는 분이 계셨어요. 촬영을 시작하는데 막 우세요. 몸이 아픈데 치료할 환경이 여의치 않아 영정 사진이라고 생각하고 찍으러 오신 거라고. 그래서 촬영은 제쳐두고 어떻게든 살 궁리를 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어요. 프로필 사진값도 안 받을 테니 그 돈으로 진료도 받고 뭐라도 하자고. 금전적으로 힘들 때 돈을 빌려주거나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능력을 쓸 수 있는 분야에 대해 함께 고민해줄 수는 있다고 이야기하고 돌려보낸 적이 있는데요. 저보고 불도저 같다더니 가슴에 박히는 사진 찍어줘서 고맙다고, 살 궁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마음이 좋았어요. 이런 비슷한 일들이 계속 쌓이고 있네요.

오늘 인터뷰 전체적으로 남가좌동 힐링캠프 같았어요. 2019년 나이스숍 인터뷰의 시작을 함께해줘 고마워요. 올해의 계획이 있다면요?

인터뷰 촬영을 하다가 인터뷰이가 되니 감회가 새로워요. 왜인진 모르겠지만 올해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커요. 다짐과 실망에 시간을 쓰느라 1, 2월은 버겁고 힘들게 보냈는데요, 거창하고 당장은 어려운 것에는 더 많은 시간을 주기로 하고 조금은 가뿐해졌어요. 새해에 작년에 아쉬웠던 점과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에 관해 썼어요. 올해 목표 첫 번째에 자리한 건 ‘거절 잘하기, 자신을 낮추지 말기’예요. 이걸 명심하며 여러 사람과 여러 상황을 만나려고 해요. 그리고 첫 개인전도 생각 중입니다! 많이 와주세요.

 

기획 – 나이스숍
진행 – 김은하, 윤장미 
정리 – 윤장미
사진 – 하혜리

 

황예지. 거창한 담론보다는 개인의 역사에 큰 울림을 느낀다. 가족사진과 초상사진을 중점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비행운을 본 사람이 행운이 아닌 때처럼. 손상된 순간은 누군가의 제물이 되기도, 나의 성물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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