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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alk
글로리홀 Gloryhole Light Sales

기획전 Nice Catch 02. 글로리홀 Gloryhole Light Sales Gloryhole Glassware Series》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지난달 5 30일 목요일 저녁, 글로리홀 박혜인 작가와의 아티스트 토크가 있었습니다. 유리라는 매체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작가가 매료되어 있는 유리의 매력, 그리고 작업에 관한 이야기와 작가의 앞으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Photo by. Texture on Texture

글로리홀 박혜인(이하 글): 글로리홀을 알고 계신 분들은 이미 아시듯, 작업이 판매된다는 것이 저에게 굉장히 중요한 작업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서 작업을 판매하는 것 자체는 낯선 일이 아니지만, 이런 판매전 형식으로 ‘글라스웨어’라는 이름을 달고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유리를 만들어 본 것은 처음이에요. 단순히 글라스웨어를 넘어 이때까지 해왔던 작업의 연장선으로써 이 전시가 지난 작업과 어떻게 연결이 됐는지에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 이번 토크를 준비해봤습니다.

나이스숍(이하 나): 이번 기획전이 글로리홀이 기존의 작업에 쓰임을 더한 글라스웨어를 선보이는 자리이면서 그 전의 작업들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기도 해서요. 글로리홀의 지난 작업들을 보여드리고 소개도 하며 그렇게 진행해볼게요.

   <글로리홀 라이트 세일즈 Gloryhole Light Sales>

글: 단순히 시간순으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어떻게 처음 시작을 했고 어떤 작업으로 발전이 되었는지 얘기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2015년에 열었던 <글로리홀 라이트 세일즈 Gloryhole Light Sales>라는 전시를 통해 유리 조명을 처음 만들게 되었어요. 당시 제가 조형미술과 졸업 전시를 끝낸 뒤 앞으로를 고민하던 때였는데, 사실 저는 다른 무엇보다 일자리를 갖고 싶었거든요. 진학하거나 작가로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적 여유가 없었고 집에서도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압박이 있어서 직업훈련소를 찾았었어요. 제가 가진 어떤 관심사나 즐거워하는 소재로 직업을 가지면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조명 회사가 적절하게 느껴졌었거든요. 그래서 직업훈련소에서 LED 관련한 기술을 배웠어요. 그 전 작업도 빛에 관련한 현대 미술 영역 안에 있었기 때문에 저에게 조명 회사가 맞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고, 조명 회사에 들어가려면 기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직업훈련소가 무료기술교육원이라는 특성상 당장 직업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을 알려주거나 저 같은 젊은 사람들에게 바로 직업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은퇴하신 분들을 위한 교육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직업을 찾을 수 있을 정도의 교육은 받지 못한 채로 나오게 되었어요.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창업지원 공고를 보고 가고 싶은 조명 회사를 찾지도 못하고 입사도 하지 못할 바엔 조명 회사를 만들어버리자 싶었나 봐요. 한 달 동안 조명 샘플 네 가지를 만들어 공고에 지원했고 지원금을 타내게 되었어요.
그때 지은 회사명이 ‘글로리홀’이었고 타낸 지원금을 어떻게 썼는지 증빙하기 위해 마련한 전시가 말씀드린 <글로리홀 라이트 세일즈>였어요. 전시가 미술 활동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창업 지원과 연결이 되면서 실제로 판매가 되어야 했기 때문에 팝업 스토어의 형식을 취했었고요. 그리고 당시 전시가 세운상가에서 진행되었는데 세운상가가 조명 상가가 몰려 있는 곳이기도 하잖아요. 그 안에서 제 조명들이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대한 질문을 띄우기도 했고요. 전시 타이틀 자체는 글로리홀이 조명을 판매한다는 뜻으로 지었는데 이 직역 자체가 활동이 되고 전시 이름으로, 저의 작가명으로 굳어졌어요. 막연하게 조명이라고 생각하면 전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구를 감싸는 것이 바로 유리잖아요. 그 유리를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자연스럽게 그 전시를 시작으로 유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나: 조명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 빛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되는데요, 빛에 대한 관심사의 일환으로써 했던 작업들을 쭉 보여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글: 이것이 (사진.1) 제가 처음으로 만들었던 조명이에요. 광섬유 조명을 비정형의 유리가 감싸고 있어요. 아주 어두운 공간에서 이 조명을 켜면 전선이나 이런 것들은 보이지 않고 불빛 자체만 빛나 보이는 그런 조명이에요. 이것은 (사진.2) 마린 램프라는 실제로 기성에 사용되는 램프인데, 여기에 제가 주로 사용하는 필름 반사체를 달아서 펄럭일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어요. 빛이 바람의 방향이나 색에 따라 다르게 보이죠.
(사진.3) 제가 안양 대림대학교에서 했던 전시인데요, 이 전시가 제 조명을 물이라는 물질과 결합을 시켜본 첫 번째 시도예요. 천장엔 수십개의 전구가 달려있고 아래에 커다란 수조가 설치되어 있는데, 수조에 이 조명의 빛이 비쳐서 물의 넘실거림에 따라 물결에 비친 빛이 다르게 부서지는 것을 표현한 설치물이에요. 저는 이 설치물에서 보여지는 것이 사실은 어떤 완결되지 않은 빛의 운동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안에서 빛이 계속 반사하고 서로 투과시키고 움직이는 것이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지기를 의도했는데, 사실 빛은 생명이 없고 어떤 비물질적인 성격을 가진 속성이잖아요. 그런데 바이오루미네센스(Bioluminescence)라고 하는 반딧불이나 바다에 살면서 물보라를 일으키고 빛을 내는 플랑크톤처럼, 생명체가 빛을 내는 속성이 제 조명으로 재현이 되길 원했어요. 저는 빛의 움직임에 개입하거나 개입하지 못하는 상황 그런 것들에 굉장히 매료돼요. 이 전시를 통해 그것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사진.3 Splash-Flash © Gloryhole
사진.4 Volcano and Iceberg© Gloryhole

나: 피쉬 탱크 작업 같은 경우에는, 이 작업과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궁금하네요.

글: 피쉬 탱크 작업은 (사진)/화산과 빙산/ 실제로 물고기를 키울 수 있는 일종의 어항을 만든 건데요. 아래에 전구 두 개가 있고, 어항 바닥을 비정형적인 화구 형상을 유리로 만들었어요. 이 유리의 일렁거리는 형상이 전구를 감싸고 있고요. 저는 제가 만든 조명이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어떤 생명체적인 것과 연관이 되길 바라는데, 그런 점에 있어서 실제로 이 작업이 하나의 조명이기도 하면서 생명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면 멋진 일이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어요. 저는 계속 물과 빛을 결합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자체로 생명체와 움직임을 환기시키길 바래요.

나: 보통 조명이라고 하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정형적인 형태의 모습을 예상할 수 있는데요, 글로리홀의 조명은 조명의 핵심인 빛에 집중했을 때 볼 수 있는 형태라는 것이 특징인 것 같아요. 혜인 씨는 쭉 빛이 어둠이나 유리를 만나거나 물을 만났을 때 만들어지는 선이나 면 같은 비정형적인 형태들에 매료되어 있었고요. 그래서 불로 녹인 유리를 다시 불의 형태로 만들고, 물과 닿아서 만들어졌던 물결들을 다시 유리로 만드는 이런 과정 전부가 조명 작업으로 보이지 않았나 해요.

글: 조명 작업을 전구라는 유리를 만들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기도 했지만, 하면 할수록 유리라는 성질 안에서 제가 추구하는 것들이 발견되기 시작하더라고요. 유리는 뜨거울 때는 액체의 형상을 갖고 있어서 중력에 의해 액체처럼 흐르기도 하고 식혀서 두드리면 고체가 돼요. 이처럼 인간의 통제하에 유리의 상태가 변화되죠.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작업하게 되었던 거예요.

   글라스웨어 시리즈

나: 그런 것들이 곡선 형태를 띤 조명이라던지, 물결 형태의 컵으로 구현이 되지 않았나 해요. 이쯤에서 글로리홀이 만드는 글라스웨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글: 글라스웨어의 시작은 재떨이였어요. 친구에게 선물할 작업을 만들려고 한 것이었는데, 그전에는 온전히 조명 작업만 하다가 처음으로 조명이 아닌 유리를 만들게 된 거죠. 조명이 아니더라도 물결 형태처럼 제 조명이 가진 형상을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바로 재떨이에 물의 느낌을 살려 작업하는 것이었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선물용으로 제작했다가 많은 양을 추가로 만들게 되면서 상품화시키게 되었어요. 이후로 좀 더 본격적으로 글라스웨어를 만들게 된 계기는 CAVA LIFE 카바라이프라는 플랫폼에서 주류 회사 시음회에 쓸 컵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은 것이에요. 그렇게 재떨이에서 보여준 형태의 연장 선상에서 컵을 만들게 되었어요. 실제로 재떨이를 만드는 과정과 컵을 만드는 과정이 거의 같아요. 뜨거운 유리를 가마 안에서 불고, 꺼내서 굳기 전에 물결 형상을 만든 다음에 떼어내죠. 그렇게 하나의 시리즈가 만들어졌어요. 조명에서부터 재떨이로 이어지는 물에 비친 빛과 물결, 즉 ‘물’이라는 관심사가 컵이라는 상당히 일상적인 오브제로 연결되었어요.

이번 기획전의 포스터. 컵 표면의 하이라이트가 잘 표현되어 있다. 디자인: 오혜진


나: 빛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된 작업의 일환으로 글로리홀 조명이 있었고 재떨이나 컵으로 그것들이 연결되어 왔다면, 이번 기획전에서 처음 선보이게 된 트레이나 접시 같은 글라스웨어들은 작업의 관점에서 어떤 계기를 가지고 시작하셨는지 궁금하네요.

드로잉 © Gloryhole

글: 사실 이번 작업과 제 작업에서 중요한 맥락 중 하나가 ‘드로잉’이에요. 아까 말했던 그런 영역도 있지만, 저는 유리로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드로잉이 있거든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드로잉은 반드시 ‘그림’이라기 보다 ‘어떤 완결되지 않은 것에 대한 개념’에 가까워요. 그것은 하나의 생각일 수도 있고 이 유리 자체가 가지고 있는 비정형적인 형태나 선일 수도 있고요. 이 유리가 빛이랑 만났을 때 반사되는 부분이 선으로 선명해지면서 어떤 드로잉처럼 보이게 되는 순간들이 저에겐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요. 글라스웨어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 그림(사진.5)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현재 전시 중인 저 테이블의 상판 유리를 만들기 위해 했던 드로잉인데, 여기 그려진 이 형상들은 모두 실제로 제가 만들어왔던 유리에서 가져온 요소들이에요. 저의 상징이나 ‘피쉬 탱크’ 작업에서 보였던 화구 모양이나 물결 모양 등 이 조각들이 비정형적인 생명체처럼 보이게 되는 거죠. 저 테이블의 상판은 두 장의 유리를 녹여 만들었는데, 드로잉 사이에 기포가 들어가면서 그게 연결이 되어 아래에서 조명을 비추었을 때 별자리 같은 형상을 연상시키게끔 의도했어요. 이런 드로잉에 대한 개념이 이번 글라스웨어 시리즈 전체에서 나타나길 바랬어요. 조명의 형상이 그리는 선, 컵의 표면이 빛을 받을 때 보이는 하이라이트, 그리고 트레이나 접시에서 있는 드로잉 등이 작업 하나하나에 모두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요.

나: 드로잉을 그릇들을 만들 때도 중요한 조형의 요소로 접근을 하신 거죠. 팩에서 했었던 작업도 지금 말씀하신 맥락에서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글: (사진.6)공간 사일삼에서 했던 PACK 2018 팩 이라는 전시인데요. 유리판 위로 비정형적인 형태의 유리 조각들을 모아서 올린 거예요. 이것 자체로 조명이기도 하면서, 유리로써 가능한 드로잉 실험을 해본 거죠.

나: 일반적으로 유리에 혹은 유리로 드로잉을 한다고 하면 유리판을 캔버스로 보고 그 위에 물감으로 그린다거나, 조각된 유리로 스태인드글라스처럼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는 경우를 생각하지 유리가 만들어진 형태 자체를 조형 요소의 일부로 드로잉을 하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글: 저는 어쨌든 빛에 굉장히 집중하는데 유리를 캔버스 즉 화면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판 위의 유리 조각들은 두께를 가지거나 라인을 가질 수도 있잖아요. 이것이 빛과 만났을 때 또 다른 드로잉이 된다고 보는 거죠. 이 오브제 자체는 조각이지만 빛과 만났을 때의 유리를 기대하는 것 같아요. 그것이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효과들과 이야기들을 조금 더 발전시키고 싶어요.

물 아래 Underneath the Water © Gloryhole

    “제가 매료되는 이미지를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이 보게 할 수 있을까를 계속 찾고 있는 것 같아요.”

글: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드로잉과 함께 제 작업들이 조명, 글라스웨어로써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면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가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는데요. 제 작업을 소유하게 된 사람이 자신의 공간에서 사용할 때의 느낌 같은 것이 굉장히 궁금해요. 그 느낌이 제가 직접 경험하고 의도한 것과 얼마나 같고 다를지가 정말 궁금해요. 그런 경험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글라스웨어는 아주 효과적인 방향인 거죠. 그래서 저는 제 작업이 단순히 컵과 그릇, 조명을 넘어 이것을 사용함에 있어 그 경험을 전달하기 위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해요.

나: 각자의 공간에 각자 다른 빛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곳에서 글로리홀의 조명이 새로운 빛을 만들어주거나 글로리홀의 글라스웨어들이 별개의 공간에서 어떻게 보여지고 어떤 드로잉을 만들어 내는지 확인하는 것, 그런 걸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혜인씨 작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네요. 실제로 구매자분들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 리포스트도 많이 하시잖아요. 그런 것이 더욱더 많은 반응을 불러오는 것 같아요. 많은 분이 글로리홀의 작업을 사진 찍기 좋은 오브제로 생각하시는 듯하고요.
글로리홀은 유리라는 매체를 사용함으로써 장르 자체를 넘나드는 작업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 유리는 공예와 연결되기 쉬워요. 유리라고 하면 유리공예라는 말이 따라오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사실 공예를 배운 적이 없거든요. 공예라는 단어를 사전에 찾아봤을 때 재주라는 뜻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쓰이기 위한 어떤 물건을 만드는 일에 대한 개념이 있더라고요. 그런 개념에서는 사실 제 작업은 공예가 맞죠. 그렇게 생각한다면 저는 미술적 영역과 공예적 영역을 합치고 싶은 것 같아요. 실생활에서 사용한다는 것도 제 작업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그리고 이것을 하나의 작업으로 보고 실생활에 곁에 둘 수 있는 미술 작품이라는 부분도 저에게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공예와 미술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고 가고 싶은 것 같아요.

나: 유리를 매체로 선택하고 조명을 만들고 창업을 하고… 졸업과 집안의 압력 등 이런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혜인 씨가 유리와 지금의 작업 방향을 선택하게 만든 것 같은데요. 작업뿐만 아니라 생계에서도 큰 기준이 되었다고 할까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조금 더 얘기를 해볼까요.

글: 이 부분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늘 계세요. 미술 작업을 하면서 생계를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 이런 것을 잘 이끌어가는 작가가 가시적으로 많이 드러나지 않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다들 투잡 쓰리잡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니까요. 저 같은 경우엔 작업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나마 좀 나은 편이긴 한데요. 이렇게 된 데에는 앞서 나이스숍에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에게 주어진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작업이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 미술 지원금만을 노리기보다는, 처음부터 작업적 성취와 생계를 잇는 부분을 결합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창업 지원부터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어떻게 하면 작업을 하며 생계를 잘 이어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결론을 쉽게 내리긴 힘들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저에게 영리하게 작업한다고 말해주기도 하지만 결국에 저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있었던 거예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주체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와 이 환경을 토대로 어떤 작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나: 조명 회사도 잠깐 다니셨잖아요. 실제로 생계를 위해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에 더 선택해서 원하던 방향으로 간 것도 있지만, 선택을 했으나 잘 되지 않아서 놓게 된 것도 있고. 그런 작용들이 글로리홀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던 것도 있고요.

글: 네, 확실히 그런 건 있어요. 제가 원하는 작업을 하고 그 작업을 팔아서 돈을 번다는 것이 멋진 일이긴 하지만, 사실 굉장히 불안하거든요. 그래서 회사에 갔던 것이기도 하고요. 불안한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고… 이 일을 하는 이상 영원히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글로리홀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은 저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작가라는 직업의 조건인 것 같다고 해야할까요. 어쨌든 조명 회사는 안 좋게 나왔기 때문에 더 열심히 작업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하긴 했어요. (웃음)

나: 이쯤에서 기획전 소감을 여쭐까 했어요. 이렇게 오프라인에 많은 작업과 제품군을 꺼내놓고 선보인 자리가 처음이고, 많이 불안해하시기도 하셨고요. 지금은 어떤 소감이나 소회가 있으신가요.

글: 조명이 아니라서 설치나 디스플레이가 편했죠. (웃음) 이런 것들엔 마음이 편했는데요. 사실 공예와 미술적 영역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긴 하면서도 아직 낯설어서요. 저는 유리를 다루고 싶었던 것이지 공예를 제대로 배우고, 공예를 해야지 하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전시는 어쨌든 공예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전시고 쓰임을 위한 물건을 판매하는 전시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조금 낯설었던 것도 있지만, 새롭기도 했어요. 오히려 많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아서 편했던 부분도 있고요. 지금까지 제가 얘기했던 내용을 물론 알고서 제 작업을 접하셔도 좋겠지만, 그저 형태가 마음에 들어서 제 작업을 구입하게 되어도 전혀 문제가 없으니까요. 사실 그 점에서 스스로 굉장히 만족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즐겁기도 하네요.

나: 숍을 운영하며 다양한 제품과 작업을 소개하면서 꽤 많은 분께 이렇게 예쁜 물건을 둘 예쁜 집이 없다는 식의 농담 같은 말을 많이 듣는데요. (웃음) 그런데 글로리홀의 이번 글라스웨어 시리즈는 쓰임이 분명한 것들이 많아 관객분들이 작업을 가져가시는 데에 조금 더 열려있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더 특별한 작업이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 이번 기획전을 위해 만들어진 모든 글라스웨어(조명을 제외한)의 뒷면에 만든 날짜와 서명을 남겼어요. 어쨌든 사고나 실수로 깨지지 않는 한 유리는 영원할 테니까요. 오랫동안 기억을 하고 사용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남겨봤습니다.

나: 앞으로의 계획 같은 것 있으신가요?

글: 제가 이번 해 하반기에 해외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었어요. 산업 디자인 공부를 하러 가게 되었는데, 그래서 일단은 적어도 최소한 7개월은 글로리홀 작업을 쉬게 될 것 같아요.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서 가는 것이고 제가 발전시키고 싶은 부분이 미술적인 것보다는 사실 더 산업적이고 디자인적인 것이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한테 팔릴 수 있게 할까는 고민을 하다 산업 디자인을 배우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정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돌아왔을 때 어떻게 글로리홀을 어떤 방향으로 전개하게 될지, 사업적으로 방향이 달라질지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어요.
지금은 7월 말에 시청각이라는 공간에서 전시를 하게 되어 준비 중이에요. 이번 나이스숍과의 전시와는 정말 다른 형태의 뭔가가 나올 거예요. 이번 전시는 어떻게 하면 더 쓰임을 추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그릇이나 컵의 형태를 기본적으로 갖춘 물건들을 만들었다면, 시청각에서 있을 전시는 이것과는 아주 거리가 먼 방향일 거예요. 글로리홀을 4년간 하면서 어느 정도 사용 가능한 형태나 크기, 광량 같은 것들을 중요한 요소로 두고 작업했는데 그 전시는 사용성이랑은 전혀 관련이 없이, 아예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작업을 한다면 어떤 것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해서 출발한 그런 전시예요. 일러스트레이터 람한 작가와 팀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Photo by. Texture on Texture

   QnA

교환학생을 끝내고 돌아오셔도 유리로 작업을 계속하실 생각이신가요?

글: 거기에 대해서는 저도 확실히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한 학기 혹은 1년짜리 단기 교환학생이니까 다시 돌아오면 저는 유리를 공부하는 대학원생이 되는 거겠죠? 다니고 있는 이 학교를 졸업하려면 유리를 해야 하고, 유리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은 맞아요. 그렇지만 다녀와서도 여전히 유리에 흥미를 가지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들어요.

나: 도자기 하시는 분들도 상황이 비슷한데, 가마 같은 불을 쓸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사실 학교를 졸업한다면 유리를 하기 더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불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부의 보수적인 분위기들과 워낙 지금까지도 유리로 이런 작업을 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고 또 계속 공예적인 입장을 가지시거나 그래서 보수적으로 작업하시는 분들이 많고 그분들이 이 판이 끌어나가시는 분들이다 보니까 그런 것에 있어서도 힘든 지점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글: 워낙 유리를 하는 사람들이 적어요. 그 이유가 그런 시설을 갖기도 워낙 힘들고 개인이 하고 싶다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학교나 공방같은 시설을 의지할 수밖에 없거든요. 서울에 유리를 하는 학교가 몇 개나 있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니까요. 그런데 그분들과 저는 (유리에 대한) 다른 뷰를 가지고 계시죠.

나: 처음에 유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셨을 때, 불 앞에서 이렇게까지 힘들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도 선택을 하셨어요?

글: 네, 알고 시작했어요. 그런 작업과정이 매력이 있어요. 땀을 흘리면서 유리를 만지는 것이.

빛이랑 불이 생명을 가지고 있어서 표현하는 느낌이라고 하셨는데, 조금 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여쭈고 싶었어요. 그리고 저도 유리를 공부하고 싶어 한 유리 작가를 찾아간 적이 있는데, 6, 7년은 버린다고 생각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생각에도 동의하시나요?

글: 우선 6, 7년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쉽다는 뜻은 아니고요. 저는 글로리홀을 시작한 것이 유리를 시작한 시점과도 같거든요. 그때 만든 유리들이 당연히 못날 수 있지만, 그렇게 공예를 하시는 분들이 생각하는 ‘잘 만듦’과 제가 추구하는 ‘잘 만듦’이랑 다른 거죠. 저는 그 자체 만으로도 저에겐 못남이 아니라 저에겐 충분했던 거죠.

나: 그 부분은 이렇게도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혜인 씨는 계속 비정형적인 것과 생명체 같은 것을 얘기하셨잖아요. 보통 공예하시는 분들은 자신이 다루는 매체를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아마 그래서 그 6, 7년을 버린다고 생각하고 배우라고 하신 것 같아요. 그렇지만 혜인 씨 같은 경우에는 유리라는 매체와 불, 공기와 온도 등 많은 것들이 함께 협업하는 느낌인 거죠. 거기서 혜인 씨가 원하는 조형적인 감각을 찾아내는 것이고요.

글: 유리를 다루는 다른 프로 작가가 본다면 제 작업이 그다지 실력이 들어가지 않은 작업이라고 보실 수도 있어요. (웃음) 실력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입장인데요. 그렇게 실력 문제로 보기 시작하면 제 작업이 별로이게 되는 거죠. 그렇지만 저에게 그런 지점은 중요하지 않고요. 역시 유리를 하는 분들이 워낙 적고, 작업에 쉽게 접근하기도, 작업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기도 하고요. 기술을 익힐 방법도 쉽지 않으니 유리 작업에 대한 입장 차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다른 매체들과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어떤 것을 표현하기 위한 매체로써만 유리를 본다면 다른 매체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빛에 매료된 것은 학부 때부터였는데요, 빛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졌었어요. 그런 빛의 이미지에 굉장히 매료되어서 늘 미술로 풀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결국 조명을 만들게 되지 않았나 해요. 조명으로 제가 보고 있는, 제가 매료되는 이미지를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이 보게 할 수 있을까를 계속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산업 디자인을 배우러 간다고 하셨는데요. 조형 예술적 내러티브를 놓고 글로리홀의 작업들을 보면 글로리홀 작업의 ‘에센스’를 담고 있다는 느낌이 오거든요. 어떤 모양이 나올지 모르는, 딱 하나밖에 없는 모양이 나오는 것이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그렇지만 산업 디자인은 내러티브는 부족하더라도 정형성을 추구하는 학문인 것 같은데, 작가님이 하시는 이런 작품들과 산업 디자인 작업들을 놓고 봤을 때의 작가님의 상황과 생각이 궁금합니다.

글: 그게 어려워요. 산업 디자인적인 감각을 더욱 발전시키고 싶어서 몇 개월 동안 수업을 청강하고 있는데, 선생님들마다 저에게 동일하게 하시는 말씀들이 ‘디자인’을 하라는 것이에요. 조명이라는 것이 정형화되어 양산이 가능한 느낌이라면 제가 만든 조명의 디자인은 그렇지 않은 거죠. 산업 디자인이 추구하는 방향과 제가 추구했던 방향과 너무 다르고 어떻게 보면 산업 디자인과 맞지 않는 방향이고요. 그래서 되게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어요. 그렇지만 산업 디자인 쪽 방향이 저에게 나쁠 것 같지 않다고 판단했고, 더 좋은 작업이 나오지 않을까 해요.

흔히들 유리라는 소재를 받아들일 때 공산품이라는 개념을 깔고 있는 것 같거든요. 저렴하고 쉽게 살 수 있고 똑같은 물건이 많이 있고요. 그렇지만 하신 작업들은 비슷비슷한 모양들에서도 하나씩 모두 다른 모습의 미술품에 가깝다고 여겨지거든요. 그런 작업을 하시면서도 양산화라던지 판매를 염두에 두신 것이나, 사람들이 받아들일 유리에 대한 생각과 조명에 담은 정서적 개념, 글라스웨어의 사용감 같을 고려 하시고요. 그런 미술품과 공예품, 제품의 사이에서의 고민 같은 것들이 궁금합니다.

글: 이 부분은 나이스숍에서 먼저 제 작업과 작품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나: 조형적인 감각으로 먼저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이게 사용하시는 분들과는 같은 의견이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어쨌거나 조형적으로 접근하긴 해도 제가 글로리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현재 미술가들의 경향이나 지금 또래들이나 밀레니얼 세대들이 추구하는 감각과도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는데요. 어떤 ‘무드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개인의 삶의 공간의 만족도가 계속 떨어지니까 잘 꾸며진 카페를 찾아가서 보기 좋은 음식을 먹는다든지하는 식의 순간을 향유할 수 있는 무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경향이 요즘 세대 작업자들에게도 반영이 되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글로리홀의 제품이 동시대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혜인 씨 자체도 일상에서의 무드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고요.

글: 맞아요. 결론적으로는 ‘경험’으로 치환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추구하는 것들이 이 시간 동안 말해왔던 그런 것들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들은 사용성이라는 것을 빼놓을 수가 없잖아요. 그렇게 생각했을 때 제 작업들이 사람들의 소유가 되었을 때 어떻게 사용하고 그로 인해 어떤 개인만의 경험과 기억이 되고 이런 것들이 제 작업의 끝에 남지 않나 생각해요.

나: 질문의 맥락과 비슷하게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글라스웨어나 컵의 제품 설명서에 컵의 입구를 찾는 가이드를 써 놓으셨잖아요. 그런 것들이 어떤 배려나 합의점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 부분이 가장 디자인적인 부분 같기도 하거든요.

글: 조금 더 배려하려고 했죠. 조형적으로 일반 컵에 비해서 배려가 없긴 해서 사람들이 사용할 때 쏟거나 흘리지 않을까 하고 많이 염려하시더라고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설명서엔 “컵의 경우 물결의 방향에 따라 무언가를 마시기에 조금 불편함이 있어 보이지만 딱 한 곳, 마시기에 불편하지 않을 입구를 만들어 놓았으니 그쪽을 사용하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써 놓았어요. 저만의 조형성을 추구하면서도 결국은 합의점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가이드이기도 하고요. 어떤 분들은 제 컵의 조형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술 마실 때 사용하면 술을 더 음미할 수 있는 그런 구조처럼 느껴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면에서는 디자인적인 부분이라고 하시는 말씀도 이해가 돼요.

나: 오늘 귀한 시간 내어 걸음 해주신 분들과 글로리홀 박혜인 작가님 고맙습니다.

 – 기획: 나이스숍
 – 진행: 김은하
 – 정리: 윤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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