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라앤파우나, 이다미

거창하고 굵직한 표현들에서 벗어나 가볍고 개인적인 애정, 애착으로 사물과 동물을 바라보듯 이다미에게 건축 또한 그럴 수 있을까. 건축사무소 ‘플로라앤파우나Flora and Fauna’를 운영하며 프로젝트 ‘빌딩롤모델즈 – 여성이 말하는 건축’을 기획한 이다미. 공간과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 했던 자리는 그런 사소한 애착과 관계, 물질에 대한 관심의 표현을 주고받는 자리로 채워졌다. 지난 늦봄부터 여름까지 나이스숍 공간의 모든 모습을 목격하고 만들어 준 다미 씨를 정말 오랜만에 지금의 나이스숍에서 만났다.

 

사무실 구하신 것 축하드려요. 사무실 구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요? 최소한 이것은 갖췄으면 좋겠다, 했던 것들이라든지.

동네 위치가 중요했죠. 다른 지역에 사는 세 명이 함께 쓰기로 생각하고 보니까 광화문에서 한 번만 더 환승하는 곳 정도로 두고 찾아야 했어요. 그런 곳은 역시 비싼데(웃음), 나이스숍 근처 을지로도 보고 마포 공덕 서촌도 보며 눈을 높이다가 당장은 아끼자며 을지로 부근으로 돌아왔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매물을 보다가 옆 동네 오장동으로 넘어왔구요. 나이스숍 공사할 때 종종 따릉이 타고 퇴근했는데 여기서도 그럴 수 있겠지 하는 생각도 했네요.  

말씀해주신 것들을 포함해서 생활 공간으로 서울의 한 지역을 고르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아요. 그런 걸 다 떠나서 살고 싶은 동네가 있다면요?

서울에 대한 질문에 저는 주로 네거티브한 것들부터 떠올라서 난감했어요. 건축한다는 사람이 서울 싫어한다고 하는 게 괜찮을까.(웃음) 윗세대들은 윤리적인, 성찰의 프레임으로 도시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가끔은 건축 이야기보다 도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기도 하고 서울이라는 도시가 서울의 건축을 만든다고 하기도 하고. 사실 저는 서울을 떠올리면 미운 것들부터 생각나요. 얼마 전에 트위터에서도 돌았잖아요. “나의 커리어를 이끄는 원동력은? – 추한 것을 보면 화가 나는 내 성격”. 그 말이 약간 저 같아요. 그 미운 것들을 직접 고칠 수는 없는데 그에 대한 분노 같은 걸 기저에 깔고 있긴 해요. 특히 상점가 풍경들. 그래서인지 그런게 적은 성북동 쪽을 좋아하고, 경제 상황을 떠나서 살아보고 싶은 동네라는 생각을 했어요. 밤과 낮의 밝기가 확 달라지는 것도 너무 좋구요. 서울에서 흔치 않게 밤이 밤처럼 어두워지기도 하고. 그렇게 공간적으로는 매력적인데, 여자 혼자 살기에는 무서운 동네라는 생각은 들어요.

 

건축하시는 분들, 살고 싶은 집을 갈망하는 분들, 투기의 목적으로 부동산을 좇는 분들… 그런 분들에 따라 환경이나 정서에 대한 생각이 확 나누어지는 것 같아요. 다미 씨가 건축 활동할 때 쓰시는 이름이 ‘플로라앤파우나’잖아요. 그 이름에서도 그런 것들이 드러나는 것 같고요.

사무실 이름 지을 때 예전부터 제일 하고 싶었던 건 그냥 제 이름을 쓰는 것이었어요. 사무실 이름, 활동명이랄게 따로 없고 그냥 이름.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이름은 선언을 하는 측면이 있어서 어렵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나이스프레스’는 정말 잘 지은 이름인 것 같아요.(웃음)

지금 이름은 사실 회사 다닐 때 개인 작업 하려고 붙여 둔 이름이 계속되어 온 거예요. 건축사무실 이름들이 유독 진지한 게 많은데 저는 이름을 들었을 때 바로 지금 우리 주변의 건축이 연상되지 않는 것이면 좋겠단 바람이 있었어요. ‘플로라앤파우나’가 직역하면 동식물 그런 거니까 개, 고양이, 화분 그런 거 좋아하는 거냐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런 것도 맞고요, 원래는 주로 사전 같은 곳에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설명하며 나오는 표현이에요. 여러 측면이 교차해서 정한 이름이니까 직역이나 원래의 쓰임처럼 하나의 의미로 설명하긴 힘들어요. 대신 명함 뒤에는 ‘식물 동물 정물 건물’을 다룬다고 써놨는데 기본적으로는 물질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죠. 공간이나 관계를 작동시키는 물질. 물질로 무얼 말하느냐 묻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장식에 대한 질문으로까지 닿긴 하는데요, 그 얘긴 조금 길고요… 아무튼 살아오면서 식물이나 동물이 흥미를 준 순간이 많았어요. 교육의 영향도 컸고요.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이름을 동식물로 지어야지 했던 순간이 있긴 해요. 하루는 집에서 키우던 식물이 시들어서 가지치기하려고 잘라내고 보니 ‘어디까지가 이 식물이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식물도 종마다 자라는 구성의 논리가 있긴 하지만 엉성하게 자르고 보니 볼 때마다 어디까지가 전체이고 부분일까 싶고 전체인 것 같은 부분인 것 같은 전체랄까… 상황에 따라 계속 모습이 변하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동물도 비슷한 점이 있는데 치타와 표범이 다르게 생긴 이유 이런 것도 (건축학교 수업으로) 공부한 적 있지만, 실은 고양이를 키우면서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장기 보호라는 연유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쓸모없어보이는 귀여운 뱃살이라든지… 그런 부분들이 애착이 생기는 부위잖아요. 식물의 뒤틀린 모습, 동물에서 애착가는 부분을 발견하는 것, 연인의 군살, 사물의 닳은 모서리 같은 것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건물이라는 것도 애착의 여지를 염두에 두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재미있어요.

그렇지만 결국 ‘꽃집이름이냐?’…(웃음)

 

 

나이스숍 오시면 층고가 높다는 말씀을 먼저 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역시 가구나 공간 구획에 대해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가장 많은데요. 중간 가구 같은 경우에 바퀴를 달아서 공간을 여닫는 것이라든지요. 이런 부분들로 이 공간의 정체성을 만들어 주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처음에 식물상점과 오픈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식물들이 있는 것이 이 공간과 가구와 정말 잘 어울렸거든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멈춰있는 물건들이 놓여 있는 것이 저희는 좀 어색해요.

식물과 동물은 처음부터 (시각적) 밀도가 가득 차 있잖아요. 그런 것이 정말 흥미로워요. 그런 이유로 더 그렇게 느끼시지 않았을까해요. 식물상점에서 워낙 잘 배치해주시기도 했고요.

바퀴를 달아 가구를 여닫으며 숍과 사무실이 닫힌 정도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이다미

 

다미 씨는 나이스숍 공간 어떠세요? 작업하시면서 힘들거나 하신 것은 없으셨어요?

우선 나이스숍이 잘 됐으면 좋겠구요. (웃음) 중간에 작업하다가 혼자 그랬던 적이 있어요. ‘가구가 아니라 벽을 만들어 달라고 하셨던 게 아닐까…?’ 기존에 나이스프레스 사무실로 쓰던 공간을 나눠 숍의 공간을 마련해야 했으니까요. 공간 구획의 방향이 디자인의 시작이었죠. 벽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긴 한데 천장까지 닫기는 답답하고 그렇다고 가벽으로 벽과 바닥에 붙여버리면 후에 철거하기 어렵고요. 그래서 결국 가구와 벽이 같이 붙어있는 형태로 진행되었어요. 시선을 가리는 벽의 역할을 하되 중간의 가구를 바퀴로 여닫거나 끝에 있는 테이블을 접어서 숍과 사무실이 닫힌 정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하고요. 궁극적으로는 숍의 얕은 공간이 손님을 맞이할 때 그 공간의 끝과 경계가 한눈에 드러나지 않고 계속 모서리를 만들어내는 컨디션이 되게끔 했어요. 숍공간의 규모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거죠. 각각의 가구도 정면과 옆면,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여러 방향의 얼굴을 가지고 드러나고 모서리들도 곡선으로 흐르고요. 둥근 모서리와 일부 면에 금속을 사용해서 상의 맺힘을 주기도 하고 파노라마의 끝이라 할 수 있는 곳에 거울을 부착해서 다시 메인 디스플레이 위치로 시선이 돌아간다던가, 그런 것들을 조합하면서 풀었어요.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옷가게 같은 장소에 비해 상상할 수 있는 물건이 다양해서 디스플레이 공간이 대응할 스케일이 열려있다는 점이었어요. 물건이 계속 바뀌기도 할 거고요. 그래서 선반 크기와 상품 크기들과의 관계는 지금봐도 약간 아쉬운 부분이에요. 볼륨을 구획할 때는 가구들이 너무 날씬하면 뒤로 넘어가는 문제도 있고 해서 작은 방들처럼 깊이가 있는 구성으로 만들었는데 당시 제가 상상하던 것들보다 전반적으로 물건들이 작아서요. 물건들이 조금 큰 공간에서 외로워한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워요.

그 부분은 저희가 더 맞는 물건으로 잘 채우고, 잘 활용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부피가 큰 물건들을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 어떤 물건이 맞을지 고민이 돼요.

저도 잘은 모르지만, 물건들도 싸이클이 되어야 하는 건 분명하니까 더 고민이 될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쓰시면서 조금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도 생기셨을 것 같고.

 

활동 소개를 봤더니 ‘서울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한다.’고 써 놓으셨더라구요.

저는 그 ‘Based in Seoul’ 이렇게 써놓는 것을 재밌다고 생각했거든요. 간지도 나고. 저만 아니라 다들 그렇게 느끼는지 유학 가고 외국에서 활동하다 돌아온 사람도 여전히 ‘Based in 외국도시’ 그렇게 써놓으시고.

저도 이제 독립도 했고 어디서 활동하는지 쓰긴 쓰고 싶은데 그러려고 보니 서울이 그렇게 저의 어떤  부분에 영향을 끼치는지, 예전처럼 거주하는 지역이 나를 설명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긴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서울 안에서 서울의 건축씬과 교류한다는 느낌도 약하고 제가 한국적 전통, 600년 수도 서울의 역사 이런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세대도 아니잖아요. 시간으로 봐도 오프라인보다 인터넷에 접속해 있을 때가 많고 제가 재밌어하는 것들도 많은 경우 인터넷에서 오고요.

인터넷에서 건축을 얘기하는 건 여러가지 측면에서 자유롭죠. 무엇보다도 지어지지 않아도 돼서 자유로운 건데 중력이나 구조의 문제보다는 보수적인 클라이언트나 예산의 제약이 없어서 자유로운 거라 봐요. 건축은 어려운 게 클라이언트들이 전 재산 중에 상당한 예산을 걸고 일생에 몇 번 없을 기회로, 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선택을 함께 해야 하는 일이 대부분이라는 건데요. 특히나 한국같이 일상적으로 건축의 가능성을 경험해 볼 기회가 드물고 부동산이 중요한 투자처인 문화에서는 건축을 통한 새로운 대안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죠. 그래서 인터넷에 제 프로젝트들을 올릴 땐 안 지어져도 되니까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더 자유로우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데 주위에서 진담인지 농담인지 말리긴 해요. 지어질 것 같이 그려야 누가 일이라도 준다고.

그렇다고 인터넷으로 완전히 망명간 건 아니고 서울에 건물을 짓고 싶긴 한데요. 확실히 인터넷을 바다든 뭐든 장소로 여기며 활용하고 있긴 해요.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쓰면서 제가 두서없이 올리는 디지털 이미지를 통해서라도 건축의 유쾌함이 이 동네 사람들 일상의 작은 일부가 되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 하거든요.

 

 

BRM 관련 얘기도 좀 해볼까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빌딩롤모델즈.

‘빌딩롤모델즈-여성이 말하는 건축’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가까이와 멀리서 진행된 페미니즘 운동들의 영향이 컸어요. 그래픽디자인계가 출판과 행사, 전시로 신속하고 명확하게 문제를 제시했던 것도 자극이 되었고요, 영국건축협회 RIBA의 활동들이 해외사례지만 좋은 영향을 주었어요. 2017년까지만 해도 회사를 바쁘게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 건축계에도 관련해서 뭔가 나왔으면 하고 기다리기만 했죠. 그러다가 2018년 초 독립한 후에도 드러나는 게 없길래 직접 무언가 해보자 싶었구요. 마침 기금 공모가 있었어요. 외국 기금이고 6개월 이상 해외 체류가 필요한 공모라 ‘전 세계 여성 건축가를 방문 인터뷰하는 다큐멘터리’로 설정하고 기획서를 내었어요. 기금선정까지는 되지 못했는데 그때 느꼈죠. 세계적으로도 여성 건축가가 잘 드러나있지 않고, 한국 여성 건축가들을 많이 모르는구나 하고. 그래서 당시 모은 한국 여성 건축가 리스트로 국내에서 뭔가라도 해봐야지 싶어 친구들을 하나둘 모아 일을 벌인 게 여기까지 왔어요. Building Role Models라는 기획의 이름도 그때 지어 쓰기 시작한 거고요.

여집합이라는 이름은 그럼 이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조직의 이름인 거죠? 여집합이라는 이름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했어요.

네 맞아요. 여집합은 같은 학교를 졸업한 친구들, 전 직장 동료가 모인 여섯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한동안 이름 없이 활동하다가 섭외와 후원을 위해 우리를 소개할 이름이 필요해서요, 너무 느끼한 이름이 아닐까 웃으면서 억지로 지었는데 다들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에요.

기획이 쉽게 보면 글 한 줄로도 표현되는 건데 사실 진행해보면 그게 아니잖아요. 더군다나 다룰 내용이 젠더 이슈와 롤모델에 관한 것이어서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시작은 편하게 했는데 기획과 기획 주체가 무엇을 어디까지 대변할 수 있을까 묻다 보니 한계가 컸어요. 권위 있는 공식기관도 아닌데다 예산 0에서 진행해야 하기도 했고 페미니즘의 이슈는 워낙 방대하고요. 그래서 시선의 측면에서는 한계 내에서 집중하는 방향으로, 대신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방식으로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었어요.

우선 시선의 경우 저희 여섯 명이 모두 제 친구들이다 보니 다양성의 측면에 부족함이 있었고 나이도 다들 30대 초중반이었어요. 건축 설계를 배우고 일도 좀 해봤고 그런데 하는 일과 위치는 조금씩 달라져 가는 전환기에 있더라고요. 모두 개인적으로도 자신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좋은 의미든 아니든 갈피를 못 잡고 있었죠. 그래서 그 점에 주목해서 기금 공모에서 생각했던 롤모델의 프레임을 이어왔어요. 물론 사회가 계속해서 변해왔고 앞으로도 변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앞서 고민한 세대가 명확한 답을 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하나하나 문제에 맞서 고민하고 답을 내려간 과정들을 엿보며 우리도 그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롤모델이 아니라 빌딩롤모델즈 인 거구요. 동시에 오늘날 한국에서 직업인으로서 건축하기의 다양성이 얼마나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가 여성 건축인들의 발언을 수집하여 그려보고 싶기도 했고요.

정보를 생산하는 방식의 경우 초기 설정한 인터뷰에서 다중인터뷰, 현장 대담의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질문자뿐 아니라 섭외한 패널들 사이 담화가 발생하도록 유도했어요. 저희가 사전 만남을 통해 느꼈던 에너지도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공유하고 싶었고요. 섭외한 분들 대부분이 사전에 친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 섭외요청 메일에 바로 승낙해주셨어요. 사회적인 분위기가 함께 바뀌고 있다고 느껴져서 그 부분이 진행하는 데 있어 큰 힘이 되었죠. 단행본은 정보 지속력을 보아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액 다중후원의 리워드로도 적합했고요. 건축인의 상이 여성으로 유통되면 좋겠단 바람이 있어 대담을 영상으로도 기록해두었는데요, 영상의 릴리즈 방식과 일정은 추후 결정할 예정이예요.

너무 궁금해요. 사례나 발언 같은 것이 세세할수록 더 힘을 가질 수도 있지만 역시 그렇게까지 다루긴 힘들잖아요.

젠더 이슈가 직업 생활의 얘기만 할 수 없이 사적인 생활과의 밸런스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잖아요. 건축은 더군다나 장시간의 노동에 노출되기 쉬운 업역이거든요. 생애주기에 바탕을 둬서 질문을 짜보면 30대 저희 시점에서부터 두드러지는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그 부분을 깊게 얘기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요. 물어보는 것도, 답하는 것도 어렵고요. 예를 들면 자기 이름을 걸고 사무실을 운영하는 여성 건축가들을 리스트업해보면 대부분 혼자이거나 부부건축가의 형태인데 혼자이면 비혼, 미혼, 이혼, 무자녀고 부부건축가면 대외활동은 남성이 담당하는 경향을 보이고요. 그렇지만 이런 부분을 질의응답 하기는 쉽지 않았죠. 대신 우회해서 건축이 많은 사람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지고 협업을 통해 개인이 자리잡는다는 점에 착안해 조직내외에서 발생하는 협업의 문제와 가능성, 또는 파트너십에 있어서 여성 듀오, 부부가 아닌 이성 파트너십, 그룹체제 등을 질문하며 유형적 다양성을 질문했지만 아쉽죠. 솔직히는 부부 건축가에게 집안일을 어떻게 나누는지도 묻고 싶고 유자녀 건축가에겐 육아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지 같은 것들도 궁금하죠.

사실 육아도 일이니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육아를 아직 사적인 부분이라고 많이들 생각하니까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해요.

불균등하든 그 자체로 부하가 되든 육아는 정말 사회복지 차원에서 해결되지 않는 이상 다루기 어려운 문제란 생각이 들었어요. 부부가 육아를 공평히 부담하는 경우라고 해도 외부에서 도와주는 부분까지 묻기 쉽지 않았고요. 전반적으로 저희가 가진 에너지 한계를 핑계 삼아 성차별에 교차하는 개인의 다른 배경 차를 다루는 데에는 무딘 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비판적 수용을 통해 다음/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길 바란답니다.

여태까지 진행하시면서 어떠셨어요? 많은 분이 출간을 기다리고 계시는 것으로 알아요.

대담행사 준비한다고 섭외 사전미팅 일정조율 할 때 너무 힘들어서 행사 끝나면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대담과 추가 인터뷰 녹취 푸는 게 정말 힘들었고요. 1차 편집 고비 넘기고 나니 참여한 많은 분께 감수마감 독촉하는 고비가 있고 고비마다 출간일이 지연되는 어려움이 있네요. (웃음) 후원자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이 곳에서도 전합니다. 11월에는 나옵니다… 나와야 해요…

 

 

최근의 고민거리는 무언가요? 여성 창작자분들 만나면 꼭 한 번씩 묻게 되더라고요.

돈 버는 일이죠. 예전엔 유의미한 실험적 프로젝트와 돈 버는 프로젝트를 구분해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돈 버는 프로젝트는 실험을 덜 하는 만큼 덜 힘들 거란 기대가 있었는데 요즘엔 그게 잘 안되어서 고민이죠. 어떻게든 의미를 만들려는 성미의 문제도 있고, 노력해도 의미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은 상황들에 회의도 들고 돈이 벌려야 하는 순간에도 보수가 상식적이지 않고. 의미 없이 돈 벌기만 위해서라면 건축만큼 효율 떨어지는 직업도 없는데 돈은 다른 데서 벌어야하는 건가? 그런 고민이죠.   

나이스숍이 좋은 포트폴리오로써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작업했어요. 확실히 디자인 프로세스에 관해 얘기가 통하기 때문에 수월했던 점이 정말 많았고요. 그래서 기운 빠지지 않고 재미있게 할 수 있었어요. 일 할 때 기운 빠지는 게 가장 힘든 지점인 것 같거든요. 개념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신뢰해주셔서 참 좋았습니다. 나이스숍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기획 – 나이스숍
진행 – 김은하
정리 – 윤장미
사진 – 임효진

 

이다미. 건축사무소 플로라앤파우나Flora and Fauna를 운영한다. 식물 동물 정물 건물을 통해 공간과 관계를 작동시키는 물질의 존재 방식을 탐구한다. 건축이 지적으로 교환 가능한 담화이며 일상화될 수 있는 유희이길 바라며 일련의 외부행사와 소셜네트워크상의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건축 기획조직 여집합의 일원으로 ‘빌딩롤모델즈-여성이 말하는 건축’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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